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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으로 대포통장이?

살면서 한 번도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지난주 서울지방경찰청 형사라는 사람한테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무슨무슨 일당이 내 이름으로 하나은행과 농협에 대포통장을 만들었고, 중고나라에서 고가의 물건을 올린 후 이 계좌로 입금을 받고 입을 싹 씻은 사기를 쳤다. 피해금액은 7천만원이고 피해자들은 나를 상대로 고소한 상태이다. 전화로 조사하고자 한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일단 말투나 목소리가 정상적인 한국사람(?)이었고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은 했으나,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온 것부터 조금 의심이 갔다. 


반신반의하면서 한 통화

난 못 믿겠다, 니가 형사면 거기 있는 전화로 전화해라 그랬더니 무슨 조사를 위해서 휴대폰으로 해야 했단다. (사실 아이가 옆에서 같이 떠드는 통에 정신이 없는 상태라 자세한 사항은 기억이 안 난다.) 일단 알았다, 그럼 가서 조사받으면 안 되냐 물었더니(왜? 난 못 믿겠으니까) 그래도 되는데 그렇게 되면 집으로 소환장을 보내고 경찰서로 와야 하고 암튼 과정이 복잡하단다. 전화로도 할 수 있으니 전화가 낫지 않겠냐고 한다. 그래서 그럼 빨리 끝내라 했더니, 무슨무슨 일당을 아느냐/철산에서 하나은행과 농협 통장이 내 이름으로 개설된 것을 아느냐/최근 개인정보가 털린 적이 있느냐 등등의 질문을 했다.


아놔, 짧게 한다더니 자꾸 길어지길래 빨리 해라, 근데 난 못 믿겠다, 왜 이런 걸 전화로 하냐, 했더니 또 소환장 보내도 자기는 상관없다고, 하지만 매우매우 복잡하고 귀찮을 거라고 한다. 자기가 개인정보를 물어본 것도 아니고 소속도 제대로 밝혔으니 문제될 것 없다고. 그다음 지금부터 녹취를 해야 하니 조용한 장소로 가서 전화가 끊어지지 않게 하라는 말에 짜증이 폭발했다. 애는 옆에서 자꾸 징징거리는데 조용하게 통화를 어떻게 하냔 말이지. "그냥 소환장 받을게요. 집으로 보내주세요!" 하고 끊어버렸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근데도 만일의 경우, 사실이면 어떻하지? 하는 노파심이 아주 조금 남아 있어서 112에 전화해서 물어보았더니 내가 한 이야기만 갖고 보이스피싱이다, 아니다를 판별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조사를 전화로 하지는 않는단다. 왜냐? 전화로 본인인지 어떻게 아느냐는 것. 인터넷에 뒤져보니 이런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사람이 꽤 되었다. 전화상으로는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를 물어보지는 않는데 그쪽에서 가르쳐준 인터넷주소로 가서 사건번호 입력하고 하는 과정에서 가짜로 만든 고소장으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 후, 금융정보를 캐내는 식으로 사기를 치는 듯하다. 다른 사람 이야기였으면 "보이스피싱이네? 바로 끊었어야지!"라고 말했을 텐데, 뭔가 무리없는 전개에 나도 모르게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 것 같다. 112 안내원분은 이런 경우 일단은 알았다고 하고 소속 이름 전화번호를 메모해놓았다가 전화를 일단 끊은 후, 연락을 주면 실제인물인지 확인을 해준다고 한다. 뭔가 찜찜한데 끌려가는 기분이 들면 일단 전화를 끊고 다시 한다는 식으로 맥을 끊은 후, 합리적인 사고를 한 후 처리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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