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지은 PD가 쓴 <프롤로그>에 자세히 나와 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희망을 품고 살다 보면 언젠가 상황이 좋아지는 날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은 그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물가는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고, 가계부채는 절대로 쉽게 호전될 수가 없다. 경기 침체는 앞으로도 수십 년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좌절할 만한 일이겠지만 바로 이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왜 그럴까?' 하는 점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안정과 행복을 원하는데, 왜 정작 세상은 우울하고 피곤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일까? 이것이 바로 당신이 '자본주의의 진실'을 알아야 할 첫 번째 이유이다. 자본주의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복잡한 경제학을 배우는 것도 아니고, 나와는 상관없는 이론을 배우는 것도 아니다. 나의 행복과 내 가족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에 대한 지식이다." (5p)
"자본주의 세상에는 당신이 모르는 돈에 관한 비밀이 있다. '감춰진 진실'은 그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고, 아무도 쉽사리 말을 꺼내지 않는다. 경제기사를 읽어도 알아들을 수가 없고, 진짜 필요한 실물 경제는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내가 잘 모르니 아이들에게도 세상을 똑바로 보는 안목을 길러줄 방법이 없다. 왜 우리는 열심히 일을 해도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걸까? 월급은 잘 오르지 않는데도 물가는 내려갈 줄 모르고 끊임없이 오르기만 하는 걸까? 이 책을 통해 여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왜 금융위기가 생겨나는지, 왜 계속해서 경기가 침체되는지 알게 될 것이다." (8p)
우리는 학교에서 '수요와 공급에 관한 법칙'을 배웠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비싸지고 수요가 적고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싸진다는 것. 하지만 자장면 값이 떨어지지는 않고 계속 오르기만 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하다.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이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다.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비밀은 바로 '돈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물가가 오른 것이다.
"'물가가 오른다'는 말은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2000년에 3천 원으로 고등어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다면, 2010년에는 3천 원으로 달랑 고등어 꼬리밖에 사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곧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물가가 오른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물건의 가격이 비싸졌다'는 말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21~22p)
돈은 컴퓨터에 화면에 입력된 숫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돈의 양은 왜 많아졌을까? 우리는 흔히 돈을 은행에 예금하면 은행이 이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은행은 100원이 들어오면 그중 10원만 남기고 나머지 90원은 A라는 사람에게 대출해 준다. 이렇게 되면 나의 통장에 이미 100원이 찍혀 있을뿐더러 A라는 사람의 대출 통장에도 90원이 찍힌다. 이제 A도 90원을 쓸 수 있게 되니, 나와 A가 동시에 쓸 수 있는 돈이 갑자기 190원이 된다. 결과적으로 100원의 예금이 대출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90원이라는 새로운 돈이 만들어진 것이다."(28~29p)
은행이 쌓아둔 10퍼센트의 돈을 '지급준비율'이라고 하며, 이것이 실제의 돈보다 더 많은 돈이 시중에 있는 이유이다. 없던 돈이 만들어지고 이렇게 의도적으로 돈을 늘리는 과정을 '신용창조', '신용팽창'이라고 부른다.
은행의 탄생
17세기 영국 사람들은 안전을 위해 금세공업자에게 금을 보관하고 이에 대해 보관증을 받았다. 사람들은 금 대신 보관증을 교환하기 시작했고 금세공업자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맡겨둔 금화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다. 사람들이 이 사실을 눈치채자 금세공업자는 받은 이자의 일부를 나눠주기로 하고 위기를 넘기는데, 더 욕심을 내서 있지도 않은 금에 대해 보관증을 남발한다. 금고에 없는 돈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금세공업자가 엄청난 부를 축적하자 몇몇 부유한 예금주들은 자신의 금화를 모두 가져가버린다. 하지만 오랜 전쟁으로 금화가 필요했던 영국 왕실은 가상의 돈을 만들어 대출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본격적인 은행이 설립된 것이다.
"결국 은행은 자기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남의 돈으로 돈을 창조하고, 이자를 받으며 존속해 가는 회사인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 사회가 빚 권하는 사회가 된 이유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대출 문자가 날아오고, 여기저기 은행에서 대출 안내문을 보내는 이유이다. 고객이 대출을 해가야 은행은 새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44p)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하는 방법
이자율(기준금리)를 통제한다. 이자율을 낮추면 은행과 사람들이 부담을 덜 느끼고 돈을 많이 빌리기 때문에 시중 통화량이 늘어나고, 이자율이 낮으면 돈을 적게 빌리기 때문에 통화량이 줄어든다. 두번째는 '양적완화'이다. 즉, 돈을 찍어낸다. 이자율을 낮춰 경기 부양하는 것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직접 화폐를 찍어내서 국채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통화량을 늘린다. 하지만 통화량이 늘어나는 속도만 늦출 수 있을 뿐 자본주의 시스템 때문에 스스로 화폐를 찍어내면서 통화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의 숙명
"인플레이션 후에 디플레이션이 오는 것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왜냐하면 이제껏 누렸던 호황이라는 것이 진정한 돈이 아닌 빚으로 쌓아올린 것이기 때문이다. 돈이 계속해서 늘어나기는 하지만, 그것은 일해서 만들어낸 돈이 아니다. 돈이 돈을 낳고, 그 돈이 또다시 돈을 낳으면서 자본주의 경제는 인플레이션으로의 정해진 길을 걷고, 그것이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다시 디플레이션이라는 절망을 만나게 된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부인할 수 없는 '숙명'이다." (61p)
은행 시스템에서의 이자
1. 돈은 한정되어 있다.
2. '이자+실제의 돈'은 '실제의 돈'보다 더 많다.
3. 누군가가 '이자를 내야 한다'고 말하고, 이자를 내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파산한다.
4. 따라서 돈을 빌렸다면 이자를 내기 위해 남의 돈을 가져와야 한다.
돈은 빚이다
"돈은 '빚'이다. 은행이 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대출'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돈은 '빚'이라는 형태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진다. 누군가 빚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자본주의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그 '빚'에 대한 이자를 받아 은행은 수익을 챙긴다. '빚'이 없으면 은행도 없다." (69p)
저신용자에 대한 주택 담보 대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은행이 생존을 지속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계속해서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있어야 운영이 되는데, 돈이 많아지고 신용이 좋은 사람들이 대출을 하지 않자, 돈 없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상품을 팔아야 했던 것이다.
기축통화가 된 달러
1944년 미국이 35달러를 내면 금 1온스를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세계 각국의 통화를 달러에 고정시켰다. (브레튼우즈 협정) 그런데 베트남 전쟁이 시작되고 달러 가지가 하락하자 각국에서 달러를 금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한다. 금을 확보하기가 힘들어진 미국이 수세에 몰리자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달러와 금을 바꿔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금태환제' 철폐) 미국이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달러를 발행하는 곳은 정부기관이 아니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곳은 미국 연방준비은행 FRB이다. FRB는 힘있는 몇몇 은행가들이 만들어낸 민간은행의 연합으로 정부 예산을 쓰지 않고 정부의 감시도 받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요청하면 돈을 찍어내 미국 정부에 달러를 빌려주고 이익을 얻을 뿐. 한마디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미국 정부가 아니라, 극소수의 금융자본가들이다. FRB은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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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돈이 통장에 찍힌 숫자에 불과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는데, 진짜였다. 은행이 내 통장에 찍힌 액수를 전부 보관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구나. 우리는 대출과 이자로 먹고 사는 은행의 노예였을 뿐이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달러를 발행하는 곳이 정부가 아닌 민간은행이라니! 그것도 자기들 맘대로 금리를 조절하거나 돈을 마구 찍어내는 방식으로 소규모 은행들과 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익을 추구하고도 멀쩡하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니! 이렇게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자본주의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이런 시스템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전제로 최대한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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