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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한창 베스트셀러였을 때 귀여운 보노보노 부채가 갖고 싶기도 하고, 겸사겸사 책을 샀는데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나의 감각이 좀 이상한 건지, 작가의 이야기와 보노보노의 철학이 섞이지 않는 느낌이 강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억지로 짜맞춘 듯한 느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노보노>라는 만화 자체는 삶을 깊이 통찰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곱씹을수록 아 이건 명언이다 싶은 말도 많았고.

 

#1

늘 재미를 좇는 너부리는 숲속 동물들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대화를 나누며 웃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썰렁한 장난을 반복하면서 킬킬대고,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에도 심히 공감하는 보노보노와 포로리를 보고 왜들 저라나 싶다. 하지만 그 의문에 대해 포로리는 어른스러운 답을 내놓는다. 다들 쓸쓸해서 그런 거라는 얘기다.

 

너부리: 나 좀 이해 안 가는게,

          어제 뭘 했다느니 오늘 날씨가 어떻다느니.....

          그런 얘길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

포로리: 아니야. 다들 그렇게 재미있는 일만 있는 게 아니라고.

          만약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만 해야 한다면

          다들 친구 집에 놀러 와도 금방 돌아가버리고 말 거야.

보노보노: 그건 쓸쓸하겠네.

포로리: 쓸쓸하지! 바로 그거야, 보노보노!

          다들 쓸쓸하다구. 다들 쓸쓸하니까

          재미없는 이야기라도 하고 싶은 거라구.

 

#2

하루는 끊임없이 재미있는 일을 찾아다니고, 새로운 재미를 궁리하느라 피곤해하는 홰내기를 아빠가 부른다. 아빠는 잠깐 앉아보라면서 홰내기의 등을 긁어주겠다고 한다. 갑자기 왜 등을 긁어주겠다는 건지 의아해하는 홰내기에게 아빠는 이런 말을 한다.

 

홰내기는 항상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생각하잖아.

그래서 좀 피곤한 거 아닐까?

가끔은 이렇게 등 긁는 것만으로도 놀이가 된단다.

 

#3

야옹이 형은 특별한 일이라고는 없는 동네를 그저 걷는 걸 즐긴다. 포로리는 그런 야옹이 형이 신기해서 하루는 몰래 뒤를 밟아보리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따라 다녀봐도 야옹이 형은 별다른 일을 하지도 않고 그냥 걷기만 한다. 딱히 재미있어 보이지도 않는 짓을 왜 계속하는지 궁금해하는 포로리에게 야옹이 형은 아무 일도 없는 게 제일 좋다는 말을 한다.

 

포로리: 왜 아무 일도 없는 게 좋아?

          그냥 걷기만 하는 건 지루해 보이는데.

야옹이형: 응, 지루해.

             난 그저 아무 일도 없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걷는 셈이야.

             걷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든.

             '아! 오늘도 아무 일도 없었구나!' 싶어서.

 

야옹이 형은 이상한 말만 한다고 생각하며 포로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평소와 다름없는 부모님의 모습에 처음으로 신기한 생각이 든다.

 

아, 아무 일도 없다는 건 좋은 거구나.

 

#4

그동안 포로리는 매년 아빠와 꽃구경을 갔었다. 그런데 올해는 편찮으신 부모님을 돌보느라 지쳐서 꽃구경을 가기로 했다는 사실을 잠시 까먹고 만다. 그러자 서운해하는 아빠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진 포로리는 지금이라도 꽃구경을 가자고 나서고, 아빠는 마지못해 따라나선다. 함께 걸어가는 길에 부자가 나누는 대화가 마음을 파고든다.

 

포로리 아빠: 노인네들하고 한 약속은 어기는 거 아냐.

포로리: 어긴 게 아니라 잊어버린 거예요.

포로리 아빠: 노인네들하고 한 약속은 잊어버리는 거 아냐.

                 젊은이들한테는 다음 달, 내년도 있겠지만

                 노인네들에게는 지금뿐이라고.

 

#5

무언가 할 수 있다. 무언가 할 수 없다.

다들 분명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고 있겠지.

모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고 있다면

우리들은 뭐랄까.

굉장히 부지런한 거 아닐까?

 

 

#6

봄은 저쪽에서 천천히 천천히 오는 거구나.

달팽이는 걷는 게 늦구나.

그럼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

내가 여기 여기까지 걸어온 거구나.

역시, 천천히 오는 건 굉장해.

 

#7

하루는 홰내기가 놀러 와서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기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 다른 친구들은 뭐가 되고 싶은지를 묻는다. 그 말에 늘 시니컬한 너부리는 또 한번 시비를 건다.

 

홰내기: 자, 너희는 뭐가 되고 싶니?

너부리: 되고 싶다니 뭐가? 딱히 되고 싶은 것 따윈 없어.

홰내기: 뭐? 되고 싶은 게 없어?

너부리: 난 나야. 지금 이대로의 내가 좋다고.

          너는 지금 네 자신에게 불만이 있는 거야. 맞지?

          그러니까 뭐가 되고 싶다느니 하는 말을 하는 거라고.

          안 그래?

 

보노보노: 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안 좋은 거야?

너부리: 당연하지. 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지금의 자신이 싫다는 거잖아.

 

#8

누구에게나 아무도 모르는 모습이 있다.

아무도 모르는 내 모습을 나만 알고 있는 거라면

나, 대단하네.

나, 대단하네.

 

보노보노, 참 대단하다.

많은 걸 알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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