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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제 맘봄에서 하는 오은영 원장님의 무료특강에 다녀왔습니다. 임신했을 때는 산모교실에 참 많이도 갔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어린이집을 다니니 육아강의를 또 들으러 다니게 되네요. 원래부터 오은영 선생님은 너무 좋아했고, 한번 뵙고 싶었는데 저 어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무대 뒤편에서 나오시는데 선생님 주위로 광채가 나더군요. 한 분야에서 고수가 된 사람의 포스랄까. 그냥 선생님 얼굴 보는 순간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더군요. 희한했어요. 그냥 무대 위로 등장한 오은영 선생님을 보았을 뿐인데 마음 깊은 곳에서 뭔가 울컥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PPT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육성으로만 강의를 하셨습니다. 특이하게도 '~습니다'라는 문어체를 주로 구사하셨는데 이게 별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연극적인 효과를 주더군요.


 

"어떤 분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육아가 고통입니다."

 

미세먼지 이야기로 말문을 연 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이런 말을 하면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특히 젊은 남성들은 이렇게 존재만으로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두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한다고요. 하지만 육아가 고통이 되는 것은 엄마들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우리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을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아이를 목숨보다 사랑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이미 선생님의 얼굴을 본 순간부터 울컥했던 저는 정말 질질질 짰어요. 자꾸 눈물이 났어요. 사실은 많이 힘들었나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목숨 바쳐 사랑하는 아이들이 상담실에 와서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나는 부모 때문에 상처받았습니다!"

 

왜일까요? 우리가 이렇게 사랑하는 아이들은 왜 부모 때문에 상처받았을까요? A군과 B군의 예를 듭니다. A군과 B군은 똑같이 대학에 가고 싶다면서 일요일날 아침부터 오후까지 TV만 봅니다. A군의 엄마는 너무도 걱정되고 불안한 나머지 A군에게 마구 잔소리를 쏟아냅니다. B군의 엄마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니가 이렇게 TV만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걱정되고 불안해." 그런데 A군의 엄마도 B군의 엄마처럼 말했다고 착각한다고 합니다.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매몰되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을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에게 왜 친절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줄까요? 선생님은 말씀하십니다.


 

"좋은 방법을 적용하는 것보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꼭 지키고 실천해야 할 것은 바로 화 내지 않고 키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내가 뭘 해줘야 할지에 몰두하지, 아이가 나에게 뭘 필요로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 애들은 우리가 어떤 부모가 되기를 원할까요?

그 전에 우리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살펴봅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가르쳐야 하는 대상입니다. 한 번 가르쳐서 안 되면 열 번, 열 번 가르쳐서 안 되면 서른 번, 서른 번을 가르쳐서 안 되면 삼백 번, 삼백 번을 가르쳐서 안 되면 삼천 번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아이에게 화를 내고, 혼내고, 야단칩니다. 하지만 화를 내고, 혼내고, 야단치는 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원래 한번에 말을 듣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이를 가르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인간답게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인간답게 키우기 위해서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에 비인간적으로 가르치면 안 됩니다!"

 

저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말 너무도 설득력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지요. 인간답게 만들기 위해서 훈육을 하는데 그 방식이 비인간적이라면? 이거야 말로 모순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혼을 내서 가르치면 아이는 무서워서 말을 듣는 것이지, 진정 그것을 해야 한다고 느껴서 하는 것이 아니지요. 맞습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아이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정말 아이를 혼내고, 화내고 싶을 때마다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빨리 가르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빨리 돌려놓기 위해 늘 설득시키는 데 급급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늘 이런 식으로 표현됩니다. 우리는 깊이 사랑한다는 이유로 아이의 마음이 내 감정과 같기를 강요한다고 합니다. 아이는 마음을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생각으로 받아서 아이를 탓할 근거를 만든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상대의 마음과 내 마음이 혼연일체가 되지 않으면 화를 냅니다!

여기에서 '공감'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 해주십니다. 육아책을 보면 아이에게 공감해주라는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공감해주기 위해 잘못된 노력을 합니다. 우리가 아이가 마음을 얘기했는데, 그것을 생각으로 받아 이유를 찾아서 논리적으로 이해해보려고 지나치게 노력한다는 것이지요.

 

"공감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공감은 내가 귀가 뚫려 있으니 알아들었어! 니 마음이 그렇구나! 에서 충분합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80%는 성공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과는 인생을 이야기하고 살아야 합니다."

 

직장 생활이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하는 남편, 친구와 싸우고 온 아이가 아내와 엄마에게 그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힘든 '마음'을 이야기하는데, 자꾸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이 같기를 강요한다면 그 사람은 다음에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나와 이야기하고 싶을까요?

 

"우리는 가까운 사람과는 인생을 이야기하고 살아야 합니다.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일 외에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까지도 이야기해야 합니다. 단 좋게 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화내면서 이야기하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아이가 화가 났을 때는 진정할 때까지 '아무 말 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감정은 스스로 진정되는 것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고 과도한 통제가 문제입니다. 화내면서 공격하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든 예가 정말 좋았습니다. 내담자 중 한 분이 살면서 죽고 싶은 순간이 참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분이 힘들 때마다 살게 한 기억이 있다고 합니다. 6남매 중 막내로 자라 엄마와 정서적인 교감을 한 적도 없었고, 아버지는 원양어선을 타고 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어부였기 때문에 일 년에 집에 있는 날이 한 달이 안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가 저 멀리에 계시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돌아오신 것이지요. 하지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몰랐던 내담자는 아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아버지를 향해 걸어갔대요. 그런데 아버지가 몸을 숙이고 계시길래 뭘 하는 거지?라고 생각했답니다. 이제 아버지 앞에 다다른 순간, 내담자는 아버지가 무엇을 했는지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막내딸을 위해 들꽃을 꺾어 꽃다발을 만들고 계셨던 것이지요! 그순간 내담자는 너무 행복해서 아버지에게 안겨 "아빠, 보고싶었어요!!!"라고 했답니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이었을 그 10분의 기억이 내담자가 살아가는 힘이 되었던 것입니다. 아직도 그분은 그 들꽃향기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겪지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 그 좋은 기억을 아이에게 심어주면 좋겠지요.


찹쌀떡가루 정유진 선생님의 강의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이었다면, 오은영 선생님의 강의는 매우 본질적이고 깊었습니다. 저는 아마 한동안 '비인간적인 가르침이 얼마나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새기고 새기면서 아이에게 좋은 기억을 심어줄 수 있는 부모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오은영 선생님의 강의는 글로 설명할 수 없는 힘과 에너지가 있었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특히 자신이 화내는 부모라면 꼭 한번 가서 강의를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오은영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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