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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짧은 강연을 하는 테드x유스턴행사에서 한 강연내용을 담은 것입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여성에 대한 문제를 주제로 삼아 글을 쓰는 작가로 이 강연은 유튜브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게다가 비욘세 노래에 피처링되기도 했으며, 스웨덴 고등학생들의 성평등 교육서로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이 30분 정도밖에 안 되니 시간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시청해봐도 좋겠습니다. 글로 봐도 공감이 되지만 적당히 여유롭고 유머러스한 강연 스타일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남녀 모두를 위해 세상을 조금 변화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페미니스트란 말에 담긴 부정적 인식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처음으로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들었던 것은 열네 살로, 친오빠와도 같았던 오빠의 친구 오콜로마에게서였습니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좋은 말이 아닌 것은 분명했습니다. 그 말투가 마치 넌 테러리스트야라고 하는 것 같았거든요. 2003 <보랏빛 히비스커스>라는 책이 나왔을 때 한 저널리스트가 사람들이 이 소설을 페미니즘적이라고 한다면서 절대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지 말라고 합니다. 페미니스트란 남편을 얻지 못해서 불행한 여자라구요.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를 행복한 페미니스트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이번에는 나이지리아 여성 학자가 당신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것은 서구의 책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페미니즘이 비아프리카적이라고 하니까 이제는 스스로를 행복한 아프리카 페미니스트라고 부릅니다. 친구가 페미니스트는 남자를 미워한다는 뜻이라고 해서 스스로를 남자를 미워하지 않는 행복한 아프리카 페미니스트라고 불렀고, 나중에는 남자를 미워하지 않으며 남자가 아니라 자기자신을 위해서 립글로스를 바르고 하이힐을 즐겨 신는 행복한 아프리카 페미니스트가 되었다고 합니다. 페미니스트란 말에 얼마나 부정적 함의가 많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반복된 경험이 무서운 이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초등학교 때 시험을 쳐서 1등을 하면 반장으로 임명하겠다는 선생님의 말에 열심히 공부하여 제일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반장은 남자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반복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목격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됩니다. 만일 남자아이만 계속해서 반장이 되면, 결국 우리는 무의식적으로라도 반장은 남자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만일 남자들만 계속해서 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을 목격하면, 차츰 우리는 남자만 사장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기게 됩니다.” (16p)

과거에는 육체적 힘이 생존에 가장 중요한 자질이었기 때문에 남자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게 합리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달라졌습니다. 육체적 힘이 강하다고 해서 지도자가 되기에 알맞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진화했으나, 젠더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진화되지 못했죠.



 

이제 우리 딸들과 아들들을 다르게 키워야 합니다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 남자를 기쁘게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가르치지만, 거꾸로는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공격적이거나 터프해선 안 된다고 하면서 같은 행동을 한 남자아이들에겐 칭찬을 해줍니다. 우리가 지금 남자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은 그 아이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남자아이들이 더 강해지고 단단해져야 한다면서 그들의 인간성을 억압하고 있으니까요.

오늘날 젠더의 문제는 우리가 각자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도록 돕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이어야만 하는지를 규정한다는 점입니다.” (37p)

 

말의 폭력

결혼에 있어서 협력의 말보단 지배의 말이 많이 쓰입니다. 여성이 남성에게 존중이란 말을 쓰지만 남성이 여성에게 있어서는 거의 쓰지 않습니다. 남자들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그랬어라고 말할 땐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을 때이지만, 여자들이 이 말을 쓸 땐 직장과 경력, 꿈을 포기했을 때입니다.

 

진정한 페미니스트란

오래전 사전을 찾아보았을 때,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페미니스트: 모든 성별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 남자든 여자든 오늘날의 젠더에는 문제가 있으니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 그 사람이 페미니스입니다.

문화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문화를 만듭니다. 만일 여자도 온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 우리 문화에 없던 일이라면, 우리는 그것이 우리 문화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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