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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선생님 강의를 듣고 나서 '화 내지 않는 엄마'가 되기로 했습니다. 내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화낼 때마다 아이가 상처받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엄마로서 정말 중요한 게 뭔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의무'에 치중하는 엄마입니다. 아이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주고, 더러워진 옷을 빨아주고, 자야 할 시간에 재우고, 적절한 훈육을 해야 하는. 사실 저도 아이랑 잘 놀아주는 엄마가 되고 싶지만, 놀아주는 것보다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는 게 저에게는 더 편하고 쉬운 일이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뭔가를 편하게 즐기는 편은 못 됩니다. 집이 지저분하게 정리가 되어 있지 않거나, 빨랫감이나 설거지가 밀려 있는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좀 이상한 말 같지만, 화 내지 않는 엄마가 되기 위해 집안일을 소홀히 하고 있어요!


아이에게 화 내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내 뜻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을 때가 가장 많았던 것 같아요. 빨리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아이가 꾸물거리거나, 힘들게 만들어놓은 음식을 깨작거리거나, 불쾌지수가 높은 날 온 장난감을 꺼내어 집안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리거나.... 사실 저의 아이는 엄마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인데도 그랬네요.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나의 통제 안에서 움직이려 하다 보니 스스로도 지치고, 아이에게도 화를 냈던 것 같습니다.


화 내지 않는 연습을 한 지 2주가 되는데 그동안 정말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인 적이 없었어요. 화 내는 것도 습관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화를 내거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조근조근 설명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대하고 있습니다. 화가 날 땐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낮추면서 얘기하니까 아이도 알아듣더라구요.



오은영 선생님이 하신 말을 가끔 떠올려봅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지에 매몰되어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이요. 먹는 것을 중요시하는 저는 채소를 골고루 먹이려고 많이 노력해왔는데 요새는 좀 내려놓았어요. 마크로비오틱과 같은 자연주의(?) 음식을 하시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아이들이 채소를 싫어하는 것은 본능이라구요. 몸에서 독성물질로 인식해서 거부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싫어하는 것도 살살 꼬셔서 먹이는 것을 과감히 중단했습니다. 입맛이 없어 보이면 간단하게 주고, 밥하는 시간과 공을 많이 줄였어요. 청소도 이틀에 한 번은 이불과 매트를 털고 청소기를 돌렸는데, 지금은 부직포 걸레로 한 번씩만 닦아줍니다. 대청소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제가 여유가 생기니 아이에게도 여유롭게 대하게 돼요. 집안에 먼지가 좀 있으면 어떻고, 아이가 밥을 좀 골고루 안 먹으면 어때요, 우리가 행복하면 그만이지. 성격이라서 하루아침에 고쳐지진 않겠지만 정말 중요한 게 뭔지 다시금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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