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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이에게 공부를 많이 시키거나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하고 건강하게 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엄마들이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려고 안달하는 것을 볼 때마다 "잘되면 대기업 사원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평생 직장이란 개념도 사라졌고 로봇이 인간을 대체해 많은 일들을 하게 될 텐데, 기존에 하던 획일적 교육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고 우리 아이들이 험난한 세상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영어학습에 대해: 한때 영어는 조기교육을 해야 효과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요즘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외국어를 배우는 최적의 시기는 9세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아빠에게 선택권은 없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영어를 특활로 배우거든요. 남들 다하는 수업에 우리 애만 뺄 수도 없으니 그냥 시킵니다. 처음 영어수업을 듣고 왔을 때는 아이가 한국어와 영어를 구분하더니 완전 빠다 발음으로 "애쁠! 뽈! 캣!" 요러는 것이 마냥 귀여웠어요. 하지만 승부욕이 있는 이 아이는 자기가 모르는 것이 나오거나, 배웠는데 기억 못하는 것이 있으면 쪼그라들고 속상해합니다. 그렇다고 붙잡고 가르치자니 이런 서로에게 너무 부담이 되는 일이지요. 전 솔직히 점점 외국어의 중요성은 줄어든다고 보거든요. 굳이 비교를 하자면 외국어<전문분야라고 생각해요. 요새 통번역봇이 엄청 잘나오잖아요? 영어를 아예 모르면 곤란하겠지만 어느 정도만 할 수 있으면 앞으로 살아가거나 자기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한글학습에 대해: 전 한글을 늦게 가르치자는 주의입니다. 한때 한글을 안 가르치는 게 유행인 듯하더니 다시 한글을 일찍 가르치는 추세인가봐요. 어린이집 선생님도 6세에 혼자 책을 읽을 수 있으면 베스트라고 하고, 6세에는 다들 한글을 가르친다고 하네요. 전 "한글을 일찍 가르치면 창의성이 줄어든다"는 하정훈 선생님의 말에 백퍼 동감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저기 어떤 가게가 있는데 이 가게는 뭘 하는지 모르게 인테리어를 꾸며놨습니다. 만약 글을 읽을 수 있다면 가게의 목적을 정확히 알 수 있을 테고, 글을 못 읽는다면 어떤 가게일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겠지요. 언어의 문법과 철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좌뇌가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좌뇌가 본격적으로 발달하는 시기가 7세라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독일인가 어디는 7세 이전에 글을 가르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혼자서 깨우치는 것은 예외입니다. 전 안 가르칠 자신이 있지만(?) 문제는 다른 아이들이 다 한글을 아는데 우리 아이만 모를 경우 생기는 마음의 스크래치예요. 한글을 안 가르치는 것이 유행할 때도 부모들은 학교 들어가기 직전에는 한글을 가르쳤어요. 우리 애가 친구들에게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말이죠.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나라: 결국 초등학교 1,2학년에게 영어를 가르치든 안 가르치든 영유아의 한글교육을 금지하든 말든 한국의 엄마들은 아이에게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학습시킬 겁니다. 우리는 남에게 뒤처지면 큰일나는 줄 아니까요. 때로는 기다려줄 줄도 알아야 하는데 자식에 대해서만큼은 그게 잘 안 되는 문화인 것 같습니다. 제 나름대로 갖고 있던 교육에 대한 생각을 이런 환경에서는 적용시키기가 힘들다는 게 조금 서글픕니다. 언제쯤이면 부모도 아이도 자유로운 나라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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