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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나도 모르게 지갑이 털리는 소비 마케팅의 비밀-소비는 감정이다 

 

사실 여자들은 대체로 인식하고 있다. 내가 필요해서 사는 물건보다는 뭔가 허전해서, 필요하다고 하니까, 광고에 나온 게 너무 좋아 보여서, 누가 좋다고 해서.... 소비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는 것. 우리는 그냥 사고, 사는 순간 잠시 만족감을 느끼는 듯하지만 결국 허전해질 거라는걸. 우리가 이런 사실은 '은연중'에 알고 있었다면 이 장에서는 그 사실을 여러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우리가 끊임없이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기제들에는 뭐가 있는지, 또 방법은 있는지 짚어준다.

"소비의 차원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자본주의에 속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소비 마케팅은 최첨단 기술과 과학을 동원해 우리를 '착각'과 '불안' 속에 빠뜨리고, 끊임없이 과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자신의 수입에 맞지 않는 과소비를 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그렇다. 빚을 지게 된다. 독자 여러분의 경우는 어떤가? 과연 당신은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고 자신하는가?" (193p)

 

어릴 때부터 길들여지는 소비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끊임없이 '소비'를 강요당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은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릴 때부터 시작된다. 무수히 쏟아져나오는 캐릭터 상품들 속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이나 TV 광고 등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보는 우리의 아이들은 매일 뭔가를 손에 쥐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쇼핑으로 아이들은 아주 특별한 기억을 갖게 된다. 이러한 기억은 나도 모르게 그 상품을 좋아하게 만들고, 특정한 상품을 선호하는 취향으로 발전한다. 미래의 잠재적인 고객으로 길들여지는 것이다.

"아기가 한 살 반이 되면 최소 백 개의 브랜드를 기억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2개월 때부터 이미 브랜드에 영향을 받아 자기 정체성을 브랜드를 통해 묘사하게 됩니다. 슬픈 일입니다."(197p)




"아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그중 한 가지는 아이들이 그 상품만 찾도록 선호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어떤 것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보면 아주 재미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는 맥주를 좋아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좋아하게 되죠. 위스키도, 담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처음에는 안 좋아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선호를 형성하는 것들이 무척 많이 있죠. 이것은 바로 습관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습관을 갖게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점점 많은 은행들이 아이들이 일찍부터 저축을 시작하게 만들려고 해요. 저축은 일찍 시작해서 습관이 되는 것이 중요하죠. 일찍 저축을 시작하게 하면 장기적인 관계로 발전하리라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선호 개발, 즉 무엇을 좋아하게 만드느냐. 그 다음은 습관화를 시키는 것입니다." (199p)

더욱 놀라운 사실은 광고의 타깃 층이 전반적으로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광고가 점점 30세 미만에게 집중되고 있으며 10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증가하고 있다. 사실 30세만 넘어가도 일하기에 너무 바쁜 나머지 TV 광고를 잘 보지 않는다. 그 결과 광고와 미디어의 공격은 전 세계 아이들에게 동시다발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는 곳이 다르고, 사는 수준이 달라도 아이들이 알고 있는 브랜드는 동일하다. (203p)

 

자본주의의 공격을 받는 남성과 여성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훨씬 감정적이고 '관계지향적 소비'를 한다. 그리고 남편, 아이, 다른 가족의 물건까지 사기 때문에 마케팅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들만 소비에 취약한 것은 아니다.

"남성도 나약한 면이 있지만 방식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를 산다고 해보죠. 5~6메가픽셀의 카메라를 샀어요. 매장에 가 보니 요즘 신제품은 10메가픽셀이에요. 그럼 더 좋은 것이라며 사죠. 그런데 실험을 했어요. 서로 다른 화질의 사진을 일부러 보여줬죠. 10메가픽셀의 사진이 5메가픽셀의 사진보다 훨씬 안 좋았어요. 재밌게도 사람들은 화소가 더 높다는 사실에 현혹된 나머지 화질이 더 나쁜 걸 보지도 않았죠. 사람들은 아이패드 3을 아이패드 5로 업그레이드하면 더 많은 권역을 가지고, 더 똑똑해진 듯한 착각에 빠지죠. 사실 이것도 '화장품 병 속의 희망'과 똑같아요. 남자들의 방식이죠. 반대로 여성들은 '버전 4', '버전 5'라는 크림을 사지 않겠죠. 남성들은 성분이 추가됐고 더 어려 보인다는 화장품을 안 사고요. 이 남녀간의 차이는 미묘하지만 매우 중요합니다." (210p)

 

점점 교묘해지는 소비 마케팅

이 장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CCTV 또한 마케팅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CCTV를 통해 고객을 관찰하고 분석한 후 그에 따른 마케팅 기법을 만들어낸다니, 나도 모르게 누군가 나의 소비행태를 관찰하고 있다니,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백화점에 창문이 없는 것처럼, 마트에도 소비 유도를 위한 마케팅이 침투해 있다고 한다. 그것은 고객들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에 상품을 집어들기 쉽게 만든 것이다.

"자본주의는 소비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켰다. 과거에 소비라는 것은 그저 '필요'를 만족시켜 주는 것이었다. 배가 고프면 쌀을 사고, 옷이 헤어져 입을 수 없게 되면 옷을 샀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차고 넘치는 자본주의의 생산품들이 다 소비될 수가 없다. 잉여생산물들이 많아지고, 그것이 회전이 되지 않으면 자본주의에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소비를 권장하는 것, 또는 강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첨단기술과 첨단과학, 고도의 심리 기술, 그리고 유명인을 내세운 광고가 필요하다. 결국 소비자들은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도 소비해 자본주의의 잉여생산물을 떠맡는 사람'이 되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217p)

 

상술이라는 걸 알면서 속는 이유

홈쇼핑에서 쇼호스트가 매진임박을 알릴 때, 우리는 기회가 또 오리라는 것을 알면서 불안감에 물건을 사고 만다. 그것이 상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그 유혹에 넘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팀이 최고의 심리학자와 중독을 연구하고 있는 정신의학 전문가를 만나 우리 감정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의식'이었다. 우리의 소비 행동의 95% 이상을 무의식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감자극 마케팅'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데, 사람들은 보고 만지고 냄새를 맡으면서 서서히 기분이 좋아지며 사고 싶다는 유혹을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 일단 사고 나면 합리화를 하게 된다.

"우리가 쇼핑할 때는 합리적으로 의식적인 상태(알파)에서 하기보다 뇌의 베타 상태에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220p)




"놀랍게도 우리가 매일 결정하는 것들 대부분이 뇌의 무의식을 관장하는 부분에서 일어납니다. 매일 하는 결정 대부분을 의식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원한다는 느낌 때문에 행동하고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죠. 왜 갑자기 나가서 코카콜라를 사고 싶은지, 왜 티파니 액세서리가 좋고, 롤렉스 시계를 사는지, 왜 슈퍼마켓에서 그 브랜드를 고르는지 이 모든 것을 마케터는 알고 싶습니다. 소비자에게 물어볼 수는 없어요. 소비자 자신도 모르니까요. 어리석어서 그럴까요? 왜 그런지 알 수 없어요. 그 답을 얻기 위해서 신경과학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뇌과학을 활용하게 된 것이죠. 신경과학과 마케팅을 결합한 것이 바로 뉴로 마케팅이라는 것입니다." (225p)

 

브랜드만 보면 지름신이 내리는 이유

어떤 파티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났다고 가정했을 때 남자가 여자에게 "나는 돈이 많아"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마케팅이라면, 브랜드는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자신을 알아주는 것이다. "내 생각에 당신은 돈이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이다.

"브랜드를 살 때면 우리의 뇌에는 아주 특별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마틴 린드스트롬은 이를 '쿨 스팟'의 활성화라고 말한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보면, 브랜드를 사면 실제로 대뇌전두극부의 활성화를 볼 수 있습니다. 뇌에서는 '쿨 스팟'이라고 불리는 영역입니다.'

우리가 브랜드를 보면 일단 시각적으로 알게 된 정보가 뉴런으로 전달되고, 시냅스를 거치고 마지막에 쿨 스팟에 도달해 이를 활성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브랜드만 보면 지름이 내려 꼭 사야만 하는 이유이다. 우리의 뇌는 브랜드를 통해 세상에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227p)




하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브랜드는 뇌의 깊숙한 부분, '편도'라는 뇌 부위에 저장된다. 편도는 대뇌변연계의 감정조절을 담당하는데, 강력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뇌의 깊숙한 부분인 감정 영역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바로 이 편도가 자극받아 반짝반짝 빛날 때 소위 말하는 '지름신'이 강림하게 되고, 편도에 자리잡은 브랜드를 보면 우리 뇌는 '자동모드'로 전환된다. 그러면 무의식적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228p)

 

자신의 '소비지수' 측정해보기

100만 원 벌어서 100만 원을 다 쓰고 저축을 전혀 하지 않으면 과소비 지수는 1. 바로 재정적인 파탄 상태를 의미한다. 만약 100만 원을 벌어서 30만 원을 저축하면 과소비 지수는 0.7. 과소비 상태이다. 40만 원을 저축하면 과소비 지수는 0.6으로 적정소비 상태이고, 50만 원 이상을 저축하면 과소비 지수 0.5로 조금 지나친 근검절약형, 즉 흔히 말하는 '구두쇠'라고 할 수 있다. (231p)

물건을 살 때 사람들은 네 가지 유형에 따라 물건을 구입한다. 1. 그 물건이 없어서 2. 그 물건이 망가져서 3. 갖고 있지만 새로운 것이 더 좋아 보여서 4. 그냥. 물건을 살 때 네 가지 유형 중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스스로 물어보면 과소비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소비를 부추기는 감정들

런던대학교 애드리언 펀햄 교수에 의하면 첫째가 불안할 때, 둘째가 우울할 때, 셋째 화가 났을 때 소비가 더 쉽게 일어난다고 한다. (234p)

홈쇼핑의 매진임박 알림, 우리 아이만 안 시키면 불안하다는 이유에서 학원을 보내는 것 등이 다 이런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돈의 상징적인 힘The Symbolic Power of Money' 실험

'사회적인 스트레스와 금전이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대학생들에게 5분간 토론을 시킨 후 다음 토론을 누구와 같이 하고 싶은지 적어내도록 했다. 그리고 결과에 상관없이 일부를 무작위로 뽑아 다른 사람들이 당신과 하기 싫어한다고 말한 후, 동전을 그려보게 했다.

"아무도 나하고 다음번에 토론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라는 말을 들었던 사람들은 동전을 훨씬 더 크게 그렸습니다. '돈에 대한 욕구가 커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43p)

이렇듯 사회적으로 배척을 당하면 보완 욕구가 생겨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이것이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뇌를 착각하게 만드는 카드 사용

현금을 쓰면 뇌는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중요한 자산이 손실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를 쓰면 뇌에서 고통을 느끼는 중추신경이 마비된다. 현금은 돈을 일방적으로 주고 끝나지만, 카드는 다시 돌려받기 때문이다.

"사실 과소비를 하면 우리는 고통을 느끼게 돼요. 하지만 뇌 중추에서는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지면 쾌를 느끼죠. 순간적으로는 이 쾌의 중추가 움직이지만 결국 돌아서서는 고통을 느끼게 되는 거죠. 이와 같은 고통을 낮추어주는 것이 바로 신용카드입니다. 지금 당장은 내가 큰돈을 내는 것이 아니고 현찰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내 눈앞에서 현찰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전혀 고통스럽지 않게 소비를 하게 된다는 거죠.

돈을 쓸 때 원래는 쾌의 중추는 활성화가 낮아지고 이 고통의 중추가 활발히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소비를 할 때 멈칫 하게 되는 거죠. 근데 우리가 신용카드로 소비를 할 때에는 쾌의 중추만 활성화됩니다. 그래서 신용카드는 과소비를 일으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250~251p)

 

슬픔도 과소비의 원인이다

하버드의 제니퍼 러너 교수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평화로운 풍경의 비디오를, 다른 한 그룹은 슬픈 내용의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그 후 플라스틱 물통을 보여주면서 얼마에 사겠냐고 묻자, 전자는 평균 2.5달러를, 후자는 평균 10달러를 내겠다고 했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슬플 때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더 많은 물건을 갖고 싶어하고 더 많은 돈을 내려고 하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으면 더 많은 소비를 한다

사람들의 내부에는 '현실적인 나'와 '이상적인 나라는 것이 있다. 현실의 나는 늘 이상적인 나를 따라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언제나 거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한 행위로 소비를 하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현실 자아보다는 이상 자아가 높고, 그만큼 많은 차이가 나게 된다. 그래서 자존감이 낮을수록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261p)

 

쇼핑중독 체크 리스트(미국 정신의학회)

(1) 쇼핑 습관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

(2) 쇼핑할 때 죄책감이 든다.

(3) 쇼핑할 때 드는 돈과 시간이 점점 늘어나지만 별다른 느낌이 없다.

(4) 가족이 보지 못하도록 쇼핑한 물건들을 숨기곤 한다.

(5) 쇼핑은 긴장이나 불안을 풀어주는 취미 생활이다.

(6) 물건이 필요해서, 라기보다는 사는 행위 자체를 더 즐긴다.

(7) 쇼핑을 한 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집안에 가득하다.

(8) 주위에 돈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쇼핑을 많이 한다.

(9) 얼마나 쇼핑을 많이 하는지 알면 다른 사람이 기절할 정도다.

(10) 물건을 사면 기분이 좋아진다.

->(5)(6)(10)번에 해당하면 기분파, (2)(3)(4)(7)(9)에 해당하면 좀 많이 소비를 하는 편, 만약 (1)(8)에 해당한다면 소핑중독일 가능성이 높다.

 

욕망을 줄이면 행복이 늘어난다

1970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우엘슨은 '행복은 소비를 욕망으로 나눈 것'이라는 행복지수 공식을 만들었다.

 

100(소비)/100(욕망)=0(행복지수 0)

500(소비)/100(욕망)=5(행복지수 5)

1000(소비)/100(욕망)=10(행복지수 10)

 

언뜻 보면 소비가 늘어날수록 행복지수가 올라갈 것 같지만 소비는 유한하다.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은 한정되어 있다. 이번에는 욕망을 줄여보자.

 

100(소비)/50(욕망)=2(행복지수 2)

100(소비)/10(욕망)=10(행복지수 10)

 

욕망을 줄여도 행복지수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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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감정 조절을 잘하는 사람이 소비도 절제할 수 있다. 특별히 공허한 기분일 때 뭘 많이 사먹거나 필요없는 것을 사거나 하는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소비가 늘어나면 영원히 행복할 것 같지만, 우리가 벌어서 소비할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수입 안에서 최대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나는 어떤 소비를 할 것인가. 내가 뭘 하면 행복하고, 무엇에 돈을 쓰는 게 나에게 가장 잘 맞는지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이왕이면 자본주의의 마케팅에 끌려다니기보다는 내 선택으로 만족하는 소비를 하는 게 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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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위기의 시대에 꼭 알아야 할 금융상품의 비밀-금융지능은 있는가

 

"재테크,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에 유행처럼 사용된 말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돈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해 돈을 불리는 것을 의미한다. 힘든 노동을 하지 않고 '머리만 잘 써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이 신세계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재테크 열기로 인해 돈을 번 사람들은 누굴까?

재테크에 열중했던 당신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재테크로 제일 많은 돈을 번 사람은 바로 은행이다. 은행은 조그만 위험도 감수하지 않은 채 당신의 투자에 올라타 수익이 오르면 그만큼의 수익을 얻어갔으며, 설사 당신의 투자가 실패해도 우수으며 칼같이 수수료를 떼어갔다. 제대로 알아보고 뛰어들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게임, 그것이 바로 은행과 함께 하는 재테크라는 게임이다." (96~97p)

 

금융자본주의의 시대 재테크가 필수가 되다

"'금융자본주의'라는 말은 노동력을 중심으로 하던 자본주의에서 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로 전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근로자들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일하면서 만들어내는 상품과 서비스가 부의 근원이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실제 노동력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돈이 돈을 만드는 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상품을 만들어내는 노동을 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부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바로 '투자'라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투자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돈이 한꺼번에 은행으로 들어온다. 그래야 은행은 그 돈을 굴리면서 또 다른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재테크'라는 말은 명목상 '당신의 돈을 투자해서 수익을 벌어가라'는 말이지만, 그 이면의 진실은 '어서 은행에 당신의 돈을 쏟아부어 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주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101~102p)

우리나라는 고도성장이 끝난 후 고금리 시대가 끝나버리자, 재테크의 화려한 시대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금융 시장이 급속도로 개방된 것이 한몫했다. 외국 자본과 선진 금융회사들이 휘황찬란한 금융상품들을 선보인 것이다. 게다가 예금이나 적금으로 받을 수 있는 이자가 물가상승률을 따르지 못하자 투자에 관심이 쏠렸다.

 

은행은 우리편이 아니다

우리는 은행이 정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은행이 특정상품을 권유하는 것은 판매촉진을 위해서이다. 그리고 금융상품의 장점만 부각시키고 단점을 설명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어느 저명한 미국의 교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도 잘 알지 못하는 상품을 한국에서는 일반 개인들에게 판매하고 있다고 말이죠. 이것이 제일 큰 문제입니다. 전문가들도 모르고 개인도 모르는 상품들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전문가들도 모르는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지점에서 판매하는 직원들이 그 상품을 안다는 건 불가능하죠. 금융기관 본사에서 내려준 공문을 가지고 판매하고 있다고 봐야죠." (111p)




은행원이 상품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믿는 것도 문제이다.

"내가 가입한 상품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서 그 상품을 가입했을 경우에는 '완전판매'입니다. 고객이 모든 것을 다 알고 가입을 하는 거죠. 하지만 좋은 점이나 나쁜 점을 모르는 상태에서 가입하게 되는 것을 불완전 판매라고 보면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안 좋은 점은 대충 넘어가고 좋은 점만 이야기를 하죠. 따라서 '굉장히 좋은 상품이 나왔으니까 은행이 나를 위해서 추천해 주는구나'라고 생각하기 전에 '아, 지금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이 상품을 많이 팔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것이 내가 원하는 상품인지, 아닌지 판단을 해보고 자신이 원하는 상품일 때만 가입하는 것이 자신의 돈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114p)

"과거에는 시중은행들이 일부 공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서민들을 위한 주택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준다든지, 기업들을 위해서 산업자본을 공급해 준다든지 이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접어들면서부터는 공적인 기능보다는 주식회사적인 기능이, 자신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는 성격이 더욱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117p)

 

위험한 '후순위채권'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상품을 구매했다가 '후순위채권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가 많다. '후순위채권'이란 채권을 발행한 회사가 부도, 혹은 도산됐을 경우 채권자들에게 돈을 되돌려주는 순위와 관련되어 있다. 돈은 일반적인 채권 회사와 일반적인 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돌려주고, 그다음이 후순위채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돌려준다. 쉽게 말해 빚잔치에서 우선순위가 밀리는 게 후순위채권이다.

그렇다면 저축은행에서 후순위채권을 파는 이유는 무엇일까? BIS라는 게 있다. 은행 자산의 안전성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 지표가 5% 미만이면 경영개선권고, 3% 미만이면 경영개선요구, 1% 미만이면 경영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다. 즉, BIS가 5% 아래로 내려가면 감독기관으로부터 개선권고나 요구, 명령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만약 은행이 예금을 빼서 후순위채권으로 돌리면 부채가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해서 BIS가 높아지면 '자산이 건전하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124p)

 

펀드에 대해 알아야 할 것

"펀드란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자금을 끌어모은 후, 이 돈을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해서 그 수익을 나눠 갖는 금융상품이다.

내가 펀드를 사면, 나와 같은 상품을 산 사람들의 돈을 합쳐서 '수탁회사'로 가게 되고, 수탁회사는 돈을 보관하고 있으면서 자산운용회사에 있는 펀드매니저와 협의를 해 투자를 결정한다. 그러면 수탁회사는 가지고 있던 돈을 주식 등에 투자하고, 거기에서 이익이 나면 투자한 비율대로 수익금을 나눠갖는다." (131p)

펀드 상품을 구매할 때 꼭 '수수료'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실제 펀드운용은 자산운용회사에서 하는데, 은행은 고객에게 판매하는 역할과 그 판매 대금을 잠시 맡아놓는 수탁자로서 역할을 할 뿐이다. 은행이나 증권회사에서는 펀드를 판매하면서 수수료를 챙긴다. 상품을 팔 때 수수료를 챙기면 선취, 나중에 챙기면 후취, 구매 후 90일 전에 되팔고 싶으면 그동안 생긴 수익금의 70%를 환매수수료로 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수탁회사와 투자운용회사에도 매번 보수를 주어야 한다. 펀드가 잘 나가서 그나마 50% 이상의 이익을 낼 때에는 그나마 괜찮다. 수익에서 일정 부분을 떼어준다고 생각하면 큰 부담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해서 보수를 안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러핟고 수탁회사와 운용회사가 '수익을 못 냈으니 미안하다'고 하면서 보수를 깎아주는 것도 아니다. 수익이 안 나면 결국 원금에서 주어야 한다." (135p)

여기에 보이지 않는 비용 '주식매매 수수료', 즉 주식을 매매할 때마다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있다. 고객의 돈으로 주식을 샀다가 다시 돈으로 환매하는 것을 매매회전이라고 말하고, 이렇게 한바퀴 도는 것을 '회전율 100%'라고 한다.

"자산운용회사가 우리가 모아준 100억 펀드로 주식을 다 샀다가 그대로 팔면 매매회전율은 100%이다. 두 바퀴를 돌면 200%가 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평균이 100% 정도인데, 200% 정도만 돼도 미국 펀드 관련업자들은 깜짝 놀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 펀드 중 매매회전율이 1400%, 1500%인 것이 허다하다. 심지어 6200%인 것도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회전을 할 때마다 고객이 그 매매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회전율이 높다면 당연히 수수료가 높아지고 이는 투자자의 손실로 돌아온다. 따라서 펀드를 살 때에는 꼭 매매회전율을 따져봐야 한다." (137p)

 

좋은 펀드 고르는 법

1. 펀드의 이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펀드의 이름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다.

"제일 앞에 있는 'M에셋'이라는 것은 자산운용사를 가르키는 말이다. 즉, '이 펀드의 자금은 M에셋에서 운용한다'는 것을 표기한 것이다. 그 다음에 '디스커버리'라는 것이 있다. 이는 일종의 투자전략을 의미한다. 디스커버리란 '유망기업을 발굴해 내서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세 번째로 '주식형'이라는 것은 어디에 주로 투자하는지 나타낸다. 이 경우에는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그 뒤에 붙은 4라는 숫자는 이 펀드의 시리즈 번호라고 할 수 있다. 즉, 1이라고 씌어 있으면 해당 펀드의 첫 번째 시리즈이고 2라고 씌어 있으면 두 번째 시리즈라는 의미이다. 이 숫자가 올라갈수록 나름대로 잘 나가는 인기 있는 펀드라고 할 수 있다. 전체 모집금액이 1조 원이 넘었을 때에만 다음 시리즈가 허용되기 때문에 3이라고 씌어 있으면 이미 그전의 시리즈에서 2조 원에 달하는 펀드를 모집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씌어 있는 A는 수수료의 체계를 의미한다. A라고 씌어 있으면 선취, B라고 씌어 있으면 후취, C는 둘다 없는 경우이다." (139p)




2. 수익률에 속지 말아야 한다.

은행은 펀드를 판매할 때 특정 수익률을 제시하는데 펀드 가입 시에 판매자가 제시하는 수익률은 다 '과거의 데이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원금을 모두 날린다고 해도 은행과 자산운용회사는 책임지지 않는다.

 

보험은 재테크가 아니다

"한마디로 보험은 펀드와 같은 투자상품이 아니다. 따라서 차라리 보험금이 낮은 보장성 보험에 가입하고, 나머지 돈은 투자로 불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보험에 쓸 수 있는 돈이 10만 원 있다면 모두 저축성 보험에 쓰지 말고, 3만 원은 보장성 보험에 들고 나머지 7만 원은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이야기다." (145p)

"보험에 가입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는 바로 과다한 사업비와 수수료이다. 변액보험의 경우에는 그것이 평균 10%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그중에서 상당한 비용이 대형 보험대리점의 집기를 사는 비용이나 과다한 광고비로 낭비되고 있다." (146p)

좋은 보험에 가입하려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보장을 받는 것'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보험에는 '정액보장 상품'과 '실손보장 상품' 있는데 '정액'은 중복보상이 가능하지만 '실손'은 보험을 세 개 들었어도 손해액을 나눠지급하기 때문에 하나만 들면 된다.

 

파생상품은 도박이다

파생상품은 '그 가치가 통화, 채권, 주식 등 기초금융자산의 가치변동에 의해 결정되는 금융계약'이다. 여기에 사과가 하나 있다고 해보자. 이 사과를 이용해 사과식초, 사과파이, 사과잼, 사과주스 등 여러 가지 상품을 만들어내면 그것이 바로 '파생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파생상품에는 선도계약, 선물, 옵션, 스왑이 있다. (152p)

투기성이 있어서 파생상품은 수익률이 상당하지만 실패할 확률이 아주 크다.

 

아이들에게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

EBS 다큐프라임 취재팀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금융이해력 지수를 측정했는데, 아이들은 신용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신용카드를 어떻게 써야 하며, 빚은 어떻게 갚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력이 낮았다. 또 중학생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부모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인식 조사'를 했는데, 청소년들은 가정 형편을 잘 모르고 있었다. 실제 경제 사정보다 훨씬 풍요롭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이는 부모들이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가정 형편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금육 교육이 첫걸음이다.

 

금융지능이 있어야 한다

복잡하고 어렵고 위험한 금융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금융지능FQ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한다 해도 매일 쏟아져나오는 상품들을 다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독립재정상담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독립재정상담사는 금융상품 제공자(보험회사와 은행 등)을 대신해서 금융상품을 팔게 됩니다. 이런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금융 시장의 미로에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소비자를 돕기 위해서예요." (178p)

우리나라에도 '재무상담사'나 '재무설계사'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은 대개 특정 회사에 소속되어 있어서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하기가 어렵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금융자본주의에서 우리는 '투자자'가 아니라 '소비자'로 칭해져야 한다. 투자는 '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돈을 언제든지 잃을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전적으로 투자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라는 개념은 상품에 문제가 있을 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추진중 -_-;;;)

 

불량 식품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불량 금융상품은 온 가족의 삶을 파괴하는 가정파괴범이자 사회악이다. 그러니까 당당하게 요구해도 된다. 금융상품 판매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해 달라', '모르겠으니 다시 설명해 달라', '이 상품이 얼마나 위험한 상품인지 확실하게 알려 달라'고 말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바로 그것이 본인의 선택이 가져올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우선시해야 할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우리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1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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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축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이고, 보험은 시어머니와 엄마가 가입해준 게 전부인 '금융지능' 제로인 사람이다. 살면서 재테크 책을 빌려온 적은 있지만 늘 나에게는 금융과 돈, 재테크가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아이가 있고,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온 지금,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추천해준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를 읽게 된 것이다. 그동안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용어들이 조금은 쉽게 다가오고, 최소 금융업의 탐욕의 희생자가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앞으로 이런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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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지은 PD가 쓴 <프롤로그>에 자세히 나와 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희망을 품고 살다 보면 언젠가 상황이 좋아지는 날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은 그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물가는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고, 가계부채는 절대로 쉽게 호전될 수가 없다. 경기 침체는 앞으로도 수십 년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좌절할 만한 일이겠지만 바로 이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왜 그럴까?' 하는 점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안정과 행복을 원하는데, 왜 정작 세상은 우울하고 피곤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일까? 이것이 바로 당신이 '자본주의의 진실'을 알아야 할 첫 번째 이유이다. 자본주의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복잡한 경제학을 배우는 것도 아니고, 나와는 상관없는 이론을 배우는 것도 아니다. 나의 행복과 내 가족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에 대한 지식이다." (5p)

"자본주의 세상에는 당신이 모르는 돈에 관한 비밀이 있다. '감춰진 진실'은 그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고, 아무도 쉽사리 말을 꺼내지 않는다. 경제기사를 읽어도 알아들을 수가 없고, 진짜 필요한 실물 경제는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내가 잘 모르니 아이들에게도 세상을 똑바로 보는 안목을 길러줄 방법이 없다. 왜 우리는 열심히 일을 해도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걸까? 월급은 잘 오르지 않는데도 물가는 내려갈 줄 모르고 끊임없이 오르기만 하는 걸까? 이 책을 통해 여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왜 금융위기가 생겨나는지, 왜 계속해서 경기가 침체되는지 알게 될 것이다." (8p)

 

 

PART I '빚'이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 자본주의의 비밀

 

우리는 학교에서 '수요와 공급에 관한 법칙'을 배웠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비싸지고 수요가 적고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싸진다는 것. 하지만 자장면 값이 떨어지지는 않고 계속 오르기만 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하다.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이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다.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비밀은 바로 '돈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물가가 오른 것이다. 

"'물가가 오른다'는 말은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2000년에 3천 원으로 고등어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다면, 2010년에는 3천 원으로 달랑 고등어 꼬리밖에 사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곧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물가가 오른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물건의 가격이 비싸졌다'는 말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21~22p)

 

돈은 컴퓨터에 화면에 입력된 숫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돈의 양은 왜 많아졌을까? 우리는 흔히 돈을 은행에 예금하면 은행이 이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은행은 100원이 들어오면 그중 10원만 남기고 나머지 90원은 A라는 사람에게 대출해 준다. 이렇게 되면 나의 통장에 이미 100원이 찍혀 있을뿐더러 A라는 사람의 대출 통장에도 90원이 찍힌다. 이제 A도 90원을 쓸 수 있게 되니, 나와 A가 동시에 쓸 수 있는 돈이 갑자기 190원이 된다. 결과적으로 100원의 예금이 대출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90원이라는 새로운 돈이 만들어진 것이다."(28~29p)

은행이 쌓아둔 10퍼센트의 돈을 '지급준비율'이라고 하며, 이것이 실제의 돈보다 더 많은 돈이 시중에 있는 이유이다. 없던 돈이 만들어지고 이렇게 의도적으로 돈을 늘리는 과정을 '신용창조', '신용팽창'이라고 부른다.  

 

은행의 탄생

17세기 영국 사람들은 안전을 위해 금세공업자에게 금을 보관하고 이에 대해 보관증을 받았다. 사람들은 금 대신 보관증을 교환하기 시작했고 금세공업자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맡겨둔 금화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다. 사람들이 이 사실을 눈치채자 금세공업자는 받은 이자의 일부를 나눠주기로 하고 위기를 넘기는데, 더 욕심을 내서 있지도 않은 금에 대해 보관증을 남발한다. 금고에 없는 돈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금세공업자가 엄청난 부를 축적하자 몇몇 부유한 예금주들은 자신의 금화를 모두 가져가버린다. 하지만 오랜 전쟁으로 금화가 필요했던 영국 왕실은 가상의 돈을 만들어 대출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본격적인 은행이 설립된 것이다.




"결국 은행은 자기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남의 돈으로 돈을 창조하고, 이자를 받으며 존속해 가는 회사인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 사회가 빚 권하는 사회가 된 이유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대출 문자가 날아오고, 여기저기 은행에서 대출 안내문을 보내는 이유이다. 고객이 대출을 해가야 은행은 새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44p)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하는 방법

이자율(기준금리)를 통제한다. 이자율을 낮추면 은행과 사람들이 부담을 덜 느끼고 돈을 많이 빌리기 때문에 시중 통화량이 늘어나고, 이자율이 낮으면 돈을 적게 빌리기 때문에 통화량이 줄어든다. 두번째는 '양적완화'이다. 즉, 돈을 찍어낸다. 이자율을 낮춰 경기 부양하는 것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직접 화폐를 찍어내서 국채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통화량을 늘린다. 하지만 통화량이 늘어나는 속도만 늦출 수 있을 뿐 자본주의 시스템 때문에 스스로 화폐를 찍어내면서 통화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의 숙명

"인플레이션 후에 디플레이션이 오는 것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왜냐하면 이제껏 누렸던 호황이라는 것이 진정한 돈이 아닌 빚으로 쌓아올린 것이기 때문이다. 돈이 계속해서 늘어나기는 하지만, 그것은 일해서 만들어낸 돈이 아니다. 돈이 돈을 낳고, 그 돈이 또다시 돈을 낳으면서 자본주의 경제는 인플레이션으로의 정해진 길을 걷고, 그것이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다시 디플레이션이라는 절망을 만나게 된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부인할 수 없는 '숙명'이다." (61p)

 

은행 시스템에서의 이자

1. 돈은 한정되어 있다.

2. '이자+실제의 돈'은 '실제의 돈'보다 더 많다.

3. 누군가가 '이자를 내야 한다'고 말하고, 이자를 내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파산한다.

4. 따라서 돈을 빌렸다면 이자를 내기 위해 남의 돈을 가져와야 한다.

 

돈은 빚이다

"돈은 '빚'이다. 은행이 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대출'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돈은 '빚'이라는 형태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진다. 누군가 빚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자본주의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그 '빚'에 대한 이자를 받아 은행은 수익을 챙긴다. '빚'이 없으면 은행도 없다." (69p)




저신용자에 대한 주택 담보 대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은행이 생존을 지속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계속해서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있어야 운영이 되는데, 돈이 많아지고 신용이 좋은 사람들이 대출을 하지 않자, 돈 없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상품을 팔아야 했던 것이다.

 

기축통화가 된 달러

1944년 미국이 35달러를 내면 금 1온스를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세계 각국의 통화를 달러에 고정시켰다. (브레튼우즈 협정) 그런데 베트남 전쟁이 시작되고 달러 가지가 하락하자 각국에서 달러를 금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한다. 금을 확보하기가 힘들어진 미국이 수세에 몰리자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달러와 금을 바꿔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금태환제' 철폐) 미국이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달러를 발행하는 곳은 정부기관이 아니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곳은 미국 연방준비은행 FRB이다. FRB는 힘있는 몇몇 은행가들이 만들어낸 민간은행의 연합으로 정부 예산을 쓰지 않고 정부의 감시도 받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요청하면 돈을 찍어내 미국 정부에 달러를 빌려주고 이익을 얻을 뿐. 한마디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미국 정부가 아니라, 극소수의 금융자본가들이다. FRB은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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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돈이 통장에 찍힌 숫자에 불과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는데, 진짜였다. 은행이 내 통장에 찍힌 액수를 전부 보관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구나. 우리는 대출과 이자로 먹고 사는 은행의 노예였을 뿐이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달러를 발행하는 곳이 정부가 아닌 민간은행이라니! 그것도 자기들 맘대로 금리를 조절하거나 돈을 마구 찍어내는 방식으로  소규모 은행들과 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익을 추구하고도 멀쩡하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니! 이렇게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자본주의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이런 시스템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전제로 최대한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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