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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울작은도서관에서 이 포스터를 보자마자 바로 달려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7세 이상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라 참가가 어렵다고 했다. 실망했지만 달리 방법이 있나. 그냥 못 보나 보다 생각했는데, 자주 봐서 낯이 익은 사서가 말을 건넸다. "혹시 이거 신청하셨어요?" 신청하려 했으나 나이가 안 되서 못했다고 하자 이제 가능하다고 한다. 4세 아이의 아버지께서 매일 전화를 걸어서 꼭 듣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되겠냐고 부탁하셨고, 매번 부탁하시니 거절하기가 어려워 결국 4세 아이를 받았다고. 4세를 받았으니 5세를 안 받을 수가 있나.

 

우여곡절 끝에 참석하게 된 거라 맘이 들뜬 우리는 제일 먼저 도착해 작가님을 기다렸다. 물론 <유기견 영남이> 책도 미리 읽어보았고, 유기견이 무엇인지, 강아지는 한번 키우면 평생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교육까지 단단히 시켰다. <유기견 영남이>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온 강아지와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민지는 강아지만 데려오면 마냥 귀엽고 즐거울 줄 알았지만, 영남이는 가까이 다가오기는커녕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신발을 물어뜯거나 똥오줌을 못 가린다. 밤이면 크게 짖는 통에 엄마 아빠는 다시 보내버리고 싶다는 말까지 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된 민지네와 영남이는 드디어 가족이 된다는 이야기.

 

 

유진 작가님은 우선 그림책의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엮어 보여주셨다. 책은 민지네의 시선으로 진행이 되는데, 인형극에서는 영남이의 속마음이 어떤지 알려주기 때문에 왜 쓰레기통을 뒤지고 아무 데나 똥을 쌌는지, 밤에는 왜 짖었는지 이해할 수가 있다. 영남이는 실제 작가님이 키우고 계신 강아지라고 한다.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림책을 쓴 것인데, 막상 강아지를 데려오면 벌어질 수 있는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다고 하셨다. 인형극이 끝난 후에는 '실제 영남이'의 성장과정을 담은 사진도 보여주시고, 그림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도 알려주셨다.

 

작가의 발견 마지막 순서는 영남이가 민지를 만나러 가는 '게임'이었다. 출발점에 영남이가 서 있고 도착점에 민지가 서 있는 길 그림을 한 장씩 나눠주고, 한 명이 눈을 감고 오른손으로 펜을 쥐면 다른 한 명이 눈을 감은 사람의 왼손을 쥐고 조종하는 식으로 도착점에 도달해야 하는 게임이다. 게임이 끝나고 나선 출발점과 도착점을 찍고 그 사이를 마음대로 이어 그려서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작가님은 어릴 때 이런 게임을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다음날 자신과 비슷하게 게임을 만들어오리라 생각했지만, 만들어온 친구는 없었고, 다른 반에 소문이 나서 게임을 달라고 온 친구들이 엄청 많았다고 한다. 우리가 평생 콘텐츠의 소비자로 살기 쉬운데, 여기에 온 친구들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번 콘텐츠를 생산하는 경험을 해보면 다음에 도전하기가 쉬우니 그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실제 초등학교 아이의 아버지여서 그런지 아이들을 대하는 자세가 아주 편안하고 친근했다. 대충 인형극 보고 그림 하나 그리고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1시간 반 정도의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읽는 것에만 그치면 그건 단순히 지식이나 정보이지만, 이렇게 살아 있는 이야기들과 연관지어지면 특별한 추억이 된다. 좋은 추억 만들어주신 유진 작가선생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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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데콧 상은 미국어린이도서관협회에서 그해 가장 뛰어난 그림책을 쓴 사람에게 주는 문학상으로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영어로 되어 있어야 하고 미국인이거나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준다는 제한이 있다.  개인적으로 '칼데콧 상'을 받은 그림책을 선택하면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갖고 있는 세 권의 그림책은 전부' 칼데콧 아너 상'을 받은 작품인데, 칼데콧 상은 칼데콧 메달과 칼데콧 아너상이 있다고 한다. 칼데콧 메달이 최우수상에 해당하며, 칼데콧 아너는 1~5권 정도의 우수작에게 수여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한 구분 없이 사용되는 것 같다.

 

깊은 밤 부엌에서/모리스 샌닥/시공주니어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유명한 모리스 샌닥. <깊은 밤 부엌에서>는 한밤중 요란한 소리에 잠이 깬 '미키'가 빵 만드는 부엌으로 떨어져 미키 빵이 될 뻔하다가, 반죽으로 비행기를 만들어 제빵사 아저씨들에게 우유를 부어 주곤 다시 돌아와 잠을 청하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한번쯤 꿈꿔봤을 만한 이야기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미키가 부르는 노래도 라임이 딱딱 맞고, '미키' '밀크' '밀키웨이'라는 말을 사용해 비슷한 말이 주는 재미를 선사한다.

 

알록달록 동물원/로이스 엘러트/시공주니어

 

"우리는 모양을 만들고 색깔을 칠해서 많은 동물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동물들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머리, 귀, 입, 코만 뚜렷하게 만들면 되지요.

여러분도 동물들을 많이 알고 있나요?

이 책에 나와 있지 않은 동물들을 만들어, 여러분만의

알록달록 동물원을 꾸며보세요."

 

이 책에 나오는 문장은 이게 다이다. 책은 별, 원, 정사각형, 삼각형, 직사각형, 하트, 타원, 마름모, 팔각형, 육각형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동물들을 소개한다. 첫 장을 펼치면 동그라미, 세모, 네모로 만들어진 호랑이 얼굴이 나타나고, 동그라미가 뚫린 책장을 넘기면 오른쪽에 쥐의 얼굴이 나타난다. 이번에 네모가 뚫린 책장을 넘기면 오른쪽엔 여우 얼굴이 나오는 식이다. 한 장씩 넘기면서 각각의 도형 이름을 맞추고, 동물의 얼굴을 보면서 이름 맞추기를 하다 보면 책이 끝난다. 단순한 도형 몇 가지와 알록달록한 색상의 조합으로 도형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

 

나랑 같이 놀자/마리 홀 에츠/시공주니어

 다른 책들에 비해 서정적이랄까. 그림도 어찌 보면 일본 그림책에서 많이 볼 법한 스타일이고. 한 소녀가 들판으로 나가 만나는 동물들마다 적극적으로 다가가 말을 건다. "누구누구야, 나하고 놀래?" 메뚜기도, 개구리도, 거북도, 다람쥐도, 어치도, 토끼도, 뱀도 모두 도망가 버린다. 아이는 "아무도, 아무도, 나랑 놀려고 하지 않아요."라면서 시무룩. 그런데 연못가 바위에 앉아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있자 메뚜기가 돌아와 곁에 앉는다. 거북도, 다람쥐도, 토끼도........ 어느새 도망 간 동물들이 내 주위에 모이고, 아기 사슴이 다가와 아이의 뺨을 핥아주자, 아이는 행복해한다. "모두들 나랑 놀아주니까!" 

동물들이 하나씩 도망가고, 하나씩 모여 드는 모습이 나도 모르게 흐뭇해지는 그림책. 고양이나 강아지만 보면 큰소리를 내며 성큼성큼 다가가놓곤 가버렸다고 서운해하는 우리 아이의 모습도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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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어도 김애란의 글이 우리의 구차하고 너덜너덜한 삶에 로또 같은 허황된 희망이라도 좋으니 위안을 주는 것이길 바랐다. 괜찮다고, 삶이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고된 길을 쳇바퀴 돌듯 밟아가는 과정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 안에 다정한 위로의 순간들이 있다고. 그런 날들이 우리를 살게 하고, 위로하고, 때론 벅찬 환희를 느끼게도 한다고. 그러니, 좀 더 힘을 내어보자고 손내밀어주길 바랐다.

그녀의 전작들을 좋아했던 이유도 팍팍하고 고단한 삶에서 유머와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정한 시선을 거두고 좀 더 현실을 파헤쳐보고 싶었던 듯하다.

우리가 꿈꿨던 더 나은 삶에서 점점 비껴가기만 하는 좌절의 날들, 인정하긴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우리의 위치와 현재에 대해. 비행기는 타보지도 못했지만 비행기가 쓸고간 흔적을 가리키며 한 번쯤 빙긋이 웃는 삶. 내 것이길 바라진 않았는데, 어느새 내 것이 되어버린 남루한 일상.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어릴 땐 누구나 자라서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될 것 같은, 그렇지는 않아도 좋은 집에 좋은 차를 굴리며 자기 일에 만족하는 삶을 꿈꾼다. 하지만 20대를 통과해 서른을 지나며 깨닫게 되는 현실. 삶은 그렇게 녹록하지도 환상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가 겨우 이런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비행운>에 나오는 인물들은 누구 하나 만족스럽지 않다. 재개발 지역의 소음과 벌레에 거의 노이로제 상태가 되었지만 이사 갈 생각은 하지도 못하며 출산을 준비하는 임산부이거나, 체불임금 시위를 하다 아버지가 죽고 철거 아파트에 단둘이 남은 모자이거나, 빚은 쌓이고 취업은 되지 않던 중에 만난 옛날 애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일자리가 다단계, 그속에서 헛된 희망을 부여잡고 버티다가 결국 옛날 제자를 끌어다놓고 자기가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던 서른의 여자이거나....택시를 몰고, 공항 청소부 일을 하고, 자신을 예쁘게 꾸며 좀 더 나은 삶으로 가려고 발버둥쳐도 이상하게 더 나빠지기만 할 뿐 더 나아지지 않는 고단한 삶. 꿈속에서조차 폐지 줍는 할머니를 보고 울컥하는 삶.

왠지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 있고, 빽 있는 게 최고야, 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기분. 지금 한국의 현실 그대로를 본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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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리는 어디입니까?"

어디. 언제나 '어디'가 중요하다. 그걸 알아야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있다고. 그녀는 '짜이날'이라는 단어를 잊지 말라 했다. 그 말이 당신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줄 거라고. 그다음, 그곳에 어떻게 갈지는 당신이 정하면 된다고. 뜻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길 읺은 나그네에게 친절하다고. 그러니 외지에 나가선 대답하는 것보다 질문할 줄 아는 용기가 중요하다고. -1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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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일자리'가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뼈저리게 느낀다. 이 일 저 일을 전전했지만 그래도 나를 써줄 곳은 많이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나이의 앞자리수가 바뀌자 예전처럼 쉽게 일이 구해지지가 않는다. 어쩌면 엄마가 점을 보고 왔다는 점쟁이의 말처럼 '난 사업을 할 운명인가?' 그렇다면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고, 사업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하는 궁금증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특히 돈을 많이 번 사업가라면, 그들은 일반사람들과 어떤 다른 생각을 하고 살까?

 

그러던 중 유투브에서 김승호의 강연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돈을 버는 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내가 들어왔던 말은 "땅을 파봐라? 십원 한 장이 나오나?"라는 엄마의 말씀. 돈 벌기가 그정도로 힘들다는 얘기인데, 이 사람, 돈 벌기가 아주 쉽다고 한다.

 

마침 가까운 도서관에 그의 책이 있어서 빌려 왔다. <생각의 비밀> 전작으로 <김밥 파는 CEO> <자기경영노트>라는 책 등이 있는데, <생각의 비밀>을 읽고 나면 오히려 전작들이 궁금해진다. <생각의 비밀>은 그의 생각과 경험들을 단편적으로 적어놨기 때문에 전 스토리를 알 수가 없어서 좀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예상은 했지만 엄청난 비밀 같은 건 없다. 다만 우리가 알지만 실천하지 않는 성공의 비법들이 담겨 있을 뿐. 난 어렸을 때 위인전을 읽으면서 '아, 위인들은 어릴 때도 남달랐구나. 난 안되겠어'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여기에선 자질보단 '습관의 중요성' 강조한다. <부자되는 습관>이란 책에서 인용한 부자들의 습관은 단순하다. 하루에 30분 이상 독서/구체적인 목표 설정하기/꾸준히 운동하기.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꾸준히 하기 힘든 일들을 반복하면서 성공의 토대가 마련된다.

 

 

특히 인상적이었으나 실천할 용기가 안 나는 습관은 '일찍 일어나기'이다. 그는 아예 소제목에서 "6시를 두 번 만나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못 박았다. 제네럴 모터스 CEO 대니얼 애커슨,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 티모시 팀 쿡 애플 CEO는 전부 4시 30분에 일어난다. 트위터 공동창업자 잭 도시는 5시 30분에, 토리버치 사장과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은 5시 45분에 일어난다고 한다.

 

세상은 6시를 두 번 만나는 사람이 지배한다. 하루에는 두 번의 6시가 있다. 아침 6시와 저녁 6시다. 해가 오를 때 일어나지 않는 사람들은 하루가 해 아래 지배에 들어갈 때의 장엄한 기운을 결코 배울 수 없다. -92p

 

그다음으로 강조하는 것이 말의 힘이다. 김승호는 원하는 것을 적고 하루에 100번씩 100일 동안 그것을 중얼거린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얻지 못한 것은 없다고. 그래서 그는 원하는 것이 생기면 목표를 써서 붙여 놓거나 이메일 암호로 만들어 사용한다고 한다. 생각을 끊임없이 자극할 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얻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선한 부자가 되고, 선한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인생 선배의 참된 조언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만족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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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지 않았다면 자랑이 아니다. 언제 실패를 맛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패를 부끄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실패하지 않음을 염려해야 한다.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기만 한다면 어떤 실패든 성공의 가치를 지닌다. -40p

 

현금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라. 열심히 모아라. 새 차를 살 만큼 돈이 모이지 않았다면 중고차를 타고 다녀라. 집값이 모이지 않았다면 월세를 살고 작은 집에 살아라. 친구나 다른 사업가들이 어떤 집에 어떻게 사는지는 관심 갖지 마라. 어차피 그들은 미래 소득을 당겨다 쓰는 금융의 포로일 뿐이다. -117p

 

신용카드는 당신의 미래 소득을 담보로 주어지는 것이다. 미래는 절대 현재를 보호하지 못한다. 그러나 현재는 당신의 미래를 보호할 수가 있다. -1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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