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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에 가입하고 이용한 지 3년째. 사실 처음 가입할 때는 내가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이용하게 될 거라는 꿈에도 생각못했다. 아기를 낳고도 '유기농' 자체를 믿지 못해서 그냥 시장에서 사온 재료로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다가, 어느 날 한 블로그를 접하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선택할 수 있다면 '믿을 만한 유기 농산물'을 찾아 먹이자고!

 

한살림은 생활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조합원이 되어야 이용이 가능한데, 처음 가입할 때는 한살림에 대한 설명을 20~30분가량 들어야 하고 가입비 3000원과 출자금 30000원을 내야 한다. 출자금은 물건을 살 때마다 금액별로 몇 백 원씩 붙는데 회원 탈퇴 시 돌려받을 수 있다. 요즘은 인터넷 가입도 가능하다고 한다.


 

한살림을 이용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믿을 만하다 것이다. 한살림은 일종의 계약재배형식으로 운영된다. 생산자는 일정량을 생산하는 조건으로 생계를 보장받고 소비자는 책임지고 소비하는 구조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물품감시단이 기준에 맞추어 생산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한살림은 참기름에서 기준치를 초과하여 발암물질이 나왔을 때 바로 환불조치하고 사과문을 내고, 개선에 돌입했다. 또 살충제 계란 논란이 있었을 때 재래닭 유정란에서 DDT 성분이 미량 검출되었던 적이 있었다. 자연 방사 재래닭을 키우기 전에 그 토지가 과수원으로 사용되던 곳이었는데 닭이 흙목욕을 하면서 30~40년 전 뿌려진 것으로 추정된 DDT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몇십년전 뿌려진 DDT가 아직도 토지에 남아 있는 걸 보면 농약은 정말 무섭다.) 한살림은 바로 유통을 중지했고, 농장주는 폐쇄를 결정했다. 한살림이라면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을 때 이렇게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바로 시정을 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 변명에 급급한 다른 곳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두 번째 장점은 다른 유기농 매장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점이다. 물론 고기류나 일부 가공류는 가격이 저렴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특히 채소류나 두부, 콩나물처럼 우리가 평소에 자주 식탁에 올리는 물품들은 일반 마트와 비교해도 저렴한 편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을 낮추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시중에서처럼 정해진 가격으로 억울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쌀 땐 쌀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세 번째 장점은 신선하다는 점이다. 당일 소진을 목표로 매일(일요일 제외) 소량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채소들이 신선한 편이고, 가공품도 유통기간이 오래된 것이 별로 없다. 양파, 고구마, 당근 같은 저장채소들은 간혹 오래 보관되는 경우도 있지만, 잎채소, 버섯류 등은 늘 신선한 편이다. 오히려 저녁에 가면 물건이 없어서 다음 날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살림에서 가장 불편한 점이 있다면 인터넷 공급이다. 앱도 있어서 앱 설치만 하면 구매 자체는 쉽게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주문마감일까지 주문하면 3일 후 공급을 받을 수 있다. 지역마다 조금 다른데 사당동 같은 경우는 월, 목이 주문마감일이고, 월요일 주문하면 목요일에 받을 수 있고, 목요일 주문하면 다음주 화요일에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나처럼 계획없이 장보는 사람에겐 엄청 불편하다. 하지만 주문확인 후에 그 수량에 맞게 수확하여 보내주는 시스템이라 신선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건 장점.


 

두 번째로 불편한 건 접근성이다. 한살림은 임대료 문제 때문인지 역과 좀 거리가 있는 곳, 특히 아파트 상가를 중심으로 해서 입점해 있는데, 나처럼 아파트에 살지 않는 사람은 이용하기 위해 꽤 먼거리를 가야 한다. 매장도 작아서 명절 전처럼 사람이 몰리는 시기는 완전 북새통 속에서 장을 봐야 한다.

 

세 번째 물품이 다양하지 않고, 찾는 물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건 매장마다 좀 다를 듯한데, 우리 동네는 한살림 이용객이 연세 드신 분들이라 그런지 채소류가 금방 떨어진다. 요즘처럼 시금치나 브로콜리의 수확량이 많을 때는 상관이 없는데, 수확이 딸리는 시기에는 매장에 2~3개만 들어올 때도 있다. 여름에는 유정란 공급 받기가 힘들다. 닭은 여름에 알을 적게 낳는다고 하는데 그래서 여름에는 유정란을 사기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진다. 또, 제철식품과 국내산만(설탕 제외) 취급하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물품에 한계가 있다.

 

그래도 한살림이 제일 낫다. 신선하고, 믿을 수 있고, 싸다. 한살림이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는 생산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여느 대형마트와 달리 생산자에게 75프로를 돌려주고, 25프로는 운영비로 쓴다. 아무리 소비자가 많아도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지면 안 되니까. 또, GMO 완전표시제 운동, 옷되살리기 운동 등 더불어사는 삶, 건강한 삶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지금 당장 내 아이의 입에 들어가는 먹을거리가 걱정되어서 한살림을 이용하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 내 아이가 좀 더 좋은 먹을거리에 관심을 가졌을 때 여전히 한살림이 활발하게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 토종 씨앗을 살리고, 우리밀을 살리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한살림. 무심히 시작한 한살림이 이제는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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