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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원테이블

 

 

전 엄마가 식당을 오래 하셨던 경험 때문인지,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 의도치 않게 열심히 보게 됩니다. 길을 가다가 장사가 안 되는 집이 있으면 이집은 뭐 먹고 사나, 뭐 이런 쓸데없는 생각도 하구요. 엄마는 음식 솜씨는 좋았지만 경영능력은 꽝이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잘되던 장사가 주변 상권이 변하면서 점점 장사가 안 되었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내가 다니는 학교의 학비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할 정도였으니까요. 장사는 사람이 많으면 잘되고, 없으면 잘 안 되는 것이니 어린 제가 보기에도 우리 집 장사는 망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아마 지금이었다면 전 적극적으로 원인을 생각해보고 엄마에게 이런저런 제안을 해봤겠지만 그때는 너무 어렸습니다.


이번 해방촌 편은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이 원테이블 식당을 보고 사실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원테이블 식당이란 게 '음식에 대한 자부'를 깔고 가는 거라고 생각했던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환풍구가 설치되지 않은 식당이라니요? 미세먼지 많은 날, 문 꼭 닫고 요리하면 손님들은 어떻게 하나요? 전 주부다 보니 가끔 밖에서 외식할 때 '이 정도는 내가 만들어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는 보통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급하게 고른 식당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원테이블 식당은 인스타를 보고 예약하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이제는 특별할 것도 없는 밀푀유나베를 4만원이나 받는 것도 이해불가였습니다.

지인은 애들이 너무 어려서 그런 것 같은데 백종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도 합니다. 하지만 장사가 장난입니까? 그리고 27, 28이면 적은 나이는 아닙니다. 제가 단골 카페 언니랑 자주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동네 구석구석 카페가 안 생기는 곳이 없을 정도로 카페가 많이 생기니까 그 사람들은 가게가 잘될 거라고 생각해서 가게를 여는 걸까? 뭐 그런 얘기요. 그러면 언니는 열어놓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마음에서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다가 망하고, 또 다른 가게가 들어오고, 인테리어 업자만 돈 버는 상황이 반복되는 거지요.


요즘은 젊은 분들도 창업을 많이 하시는데, 음식을 장사를 한다면 최소 음식에 대한 기본은 공부하고 가게를 열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저는 그런 음식을 그 가격에 내놓고 돈을 받는다면 너무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 백종원에게 크게 혼나고(?) 사장님 두 분이 얘기를 나누는데 한 분이 그래도 예쁘고 그런 건 포기하고 싶지 않다, 뭐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인테리어를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백종원이 신메뉴를 연구해보라고 말했을 때도 '보기에도 예쁜 음식'을 내놓았구요.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음식의 맛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거기에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간편하고... 뭐 이런 요소들이 들어가야 하는데, 너무 시각적인 면에만 치우쳐서 뭐가 중요한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 처음 가게를 열 때도 인스타에서 사진이 예쁘게 나오게 하면 잘되지 않을까, 뭐 이런 막연한 생각을 했을 거 같구요.


원테이블 사장님들은 너무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얼마전에 읽었던 <부의 추월차선>을 보면 '다수의 욕구를 충족시키면 돈이 따라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고 필요하고 좋다고 여기는 것에 돈을 쓴다는 거지요. 그런데 손님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없이 소꿉놀이하듯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니, 혼나는 게 당연합니다. 제발 상식적인 마인드와 기본기를 갖춘 음식점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요식업 쪽으로 창업하시는 분들은 이 방송 보면서 백종원 하는 말 하나하나 꼭꼭 씹어서 새기면 실제로 코칭을 받지 않더라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 꼭 봐야 할 방송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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