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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 줍쇼>는 첫회부터 거의 빼놓지 않고 보는 애청 프로그램이다. 요즘에는 드라마를 많이 보지 않고 <윤식당><한끼 줍쇼><효리네 민박> 같은 리얼 예능을 많이 본다. 예전에는 드라마를 보면서 많이 울고 웃었는데 요즘은 이런 프로그램에서 주는 잔잔한 감동 같은 것들이 더 마음에 많이 스며든다.
그동안 <한끼 줍쇼>에는 참 많은 집을 방문했는데, 밥 한 끼를 같이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정이 들고 식구가 되어가는 모습이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함을 선사했다. 처음에는 그날 한 끼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긴장감을 즐기며 봤다면, 이제는 그들이 나누는 진솔한 이야기에 기대감을 갖고 보게 된다.
그런데 이번 <한끼줍쇼> 74회에 나온 부부는 정말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봤다. H.O.T의 강타가 찾아간 그 집은 결혼 6년 차를 맞는 신혼부부의 집이었는데, 아내분의 긍정 마인드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녀는 현재 임신 중이었는데 계속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시험관을 해서 아이를 가졌다고 한다. 


벽에는 목표와 꿈이 쓰여 있고, 미나리를 재료로 한 요리들이 다양하게 올라온 밥상에서 정금이 엄마(아가의 태명이 '정금'이라고 한다. 순수한 금이라는 뜻이란다.)는 드디어 원하던 아기를 갖은 사람답게 행복해 보였다. 유쾌한 웃음소리와 재치는 원래 타고난 것인 듯했다. 그런데 임신 말고도 정금이 엄마에게는 힘든 과거가 있었다. 결혼 후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다행히 초기라서 가슴 하나만 절제하고 괜찮았다면서 웃는 정금이 엄마는 그때는 어릴 때라 수술하면 괜찮은가보다, 그래도 하나만 떼어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단다. 가슴 한쪽을 절제하는 일이 그리 간단하고 괜찮은 일은 아닐 텐데 정금이 엄마는 '지금 현재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가끔 같은 상황을 겪고도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나였다면 유방암에 걸려 가슴 한쪽을 도려낸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고, 그런 상황을 원망하고, 할 수 있는 것들조차 포기해버렸을 것 같은데..... 정금이 엄마는 수술하고 얼마되지 않은 상태에서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갔다고 한다. 꿈을 위해서.


정금이 엄마는 생활비를 80만원 안에서 쓰기 위해 매일 가계부를 적고 일주일에 한번 회의를 한다고 했다. 결혼은 희생이란 말도 했다. 남편이 먹고 싶어하는 미나리를 대충 다듬고 쉴 수도 있지만 꼼꼼하게 다듬는 것 또한 희생이라고. '희생'이란 말을 몸서리쳐지게 싫어하는 나도 그 말에 공감이 됐다. 결혼은 '나의 즐거움과 안락함'만을 생각해선 결코 유지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정금이 엄마가 가진 긍정은 타고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는 그녀의 성장 과정을 모르니까. 하지만 긍정적인 기질이 부족한 사람도 늘 선택은 할 수 있다. 지금 현재 상황에서 나는 불행을 택할 것인가, 행복을 택할 것인가. 짜증을 낼 것인가, 감사할 거리를 찾을 것인가. 나보다 어린 사람이지만 그녀가 가진 '긍정 에너지'와 '현명함'을 배우고 싶다, 닮고 싶다. 나도 같은 상황에서 밝은 면을 선택하고 밝은 면에 집중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주변에 전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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