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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에서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식량일기 닭볶음탕 편>입니다. 닭볶음탕에 들어가는 감자, 양파, 당근 같은 채소뿐만 아니라 달걀을 부화시켜서 닭으로 만들어 닭볶음탕을 만든다고 해서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부화한 병아리가 달걀을 깨고 나왔는데 너무 귀여웠습니다. 과연 이들은 이렇게 귀여운 병아리를 애지중지 키워 잡아먹을 수 있을까요?

 

tvn 식량일기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듣자마자 일본영화 <P짱은 내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원래는 <돼지가 있는 교실>로 나왔던 걸로 압니다. 실제 오사카의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실화를 가지고 만든 영화인데, 의욕충만한 담임교사가 6학년 아이들에게 돼지를 키워서 잡아먹자고 제안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돼지를 키우기 시작하는데 'P짱'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1년 동안 애지중지 키우게 되지요.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아이들이 정든 돼지 P짱을 잡아 먹을지 말지를 토론하는 장면입니다. 아이들이 울면서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는데 어른인 저도 눈물이 나더라구요.

 

P짱은 내 친구

 

결국 아이들끼리 결론이 나지 않아 선생님의 결정으로 돼지는 식육센터로 보내집니다. 일본 내에서도 이것이 참교육인가에 대해서 말이 많았던 것 같아요. 실제로 우리가 먹는 소, 돼지, 닭과 같은 동물들은 우리가 키우지만 않았다뿐이지 생명이 있는 존재이고, 우리는 고기로만 접하기 때문에 그 사실을 자주 까먹습니다. 남이 키운 것은 죄책감 없이 먹어도 되고, 내가 키운 것을 먹으면 그것은 잔인한 짓일까요? 




동물단체에서 동물을 오락거리로 이용한다면서 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했다고 하는데, 저는 과연 출연진이 정든 닭을 잡을 수 있을지, 닭을 잡는다고 해도 닭볶음탕으로 요리를 할 수 있을지, 요리를 한다고 해도 맛있을 게 먹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아무래도 1년 동안 키운 돼지만큼은 아니겠지만, 쉽게 닭을 잡아먹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프로그램의 취지는 평소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식재료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겠다는 건데, 아무래도 인간이 또다른 생명을 잡아먹는 행위(그것도 정성껏 기른)에 대한 도덕성이 주된 논란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불쾌한 점은 있지만 앞으로의 전개과정이 흥미롭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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