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한살림에 가입하고 이용한 지 3년째. 사실 처음 가입할 때는 내가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이용하게 될 거라는 꿈에도 생각못했다. 아기를 낳고도 '유기농' 자체를 믿지 못해서 그냥 시장에서 사온 재료로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다가, 어느 날 한 블로그를 접하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선택할 수 있다면 '믿을 만한 유기 농산물'을 찾아 먹이자고!

 

한살림은 생활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조합원이 되어야 이용이 가능한데, 처음 가입할 때는 한살림에 대한 설명을 20~30분가량 들어야 하고 가입비 3000원과 출자금 30000원을 내야 한다. 출자금은 물건을 살 때마다 금액별로 몇 백 원씩 붙는데 회원 탈퇴 시 돌려받을 수 있다. 요즘은 인터넷 가입도 가능하다고 한다.


 

한살림을 이용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믿을 만하다 것이다. 한살림은 일종의 계약재배형식으로 운영된다. 생산자는 일정량을 생산하는 조건으로 생계를 보장받고 소비자는 책임지고 소비하는 구조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물품감시단이 기준에 맞추어 생산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한살림은 참기름에서 기준치를 초과하여 발암물질이 나왔을 때 바로 환불조치하고 사과문을 내고, 개선에 돌입했다. 또 살충제 계란 논란이 있었을 때 재래닭 유정란에서 DDT 성분이 미량 검출되었던 적이 있었다. 자연 방사 재래닭을 키우기 전에 그 토지가 과수원으로 사용되던 곳이었는데 닭이 흙목욕을 하면서 30~40년 전 뿌려진 것으로 추정된 DDT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몇십년전 뿌려진 DDT가 아직도 토지에 남아 있는 걸 보면 농약은 정말 무섭다.) 한살림은 바로 유통을 중지했고, 농장주는 폐쇄를 결정했다. 한살림이라면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을 때 이렇게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바로 시정을 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 변명에 급급한 다른 곳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두 번째 장점은 다른 유기농 매장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점이다. 물론 고기류나 일부 가공류는 가격이 저렴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특히 채소류나 두부, 콩나물처럼 우리가 평소에 자주 식탁에 올리는 물품들은 일반 마트와 비교해도 저렴한 편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을 낮추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시중에서처럼 정해진 가격으로 억울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쌀 땐 쌀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세 번째 장점은 신선하다는 점이다. 당일 소진을 목표로 매일(일요일 제외) 소량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채소들이 신선한 편이고, 가공품도 유통기간이 오래된 것이 별로 없다. 양파, 고구마, 당근 같은 저장채소들은 간혹 오래 보관되는 경우도 있지만, 잎채소, 버섯류 등은 늘 신선한 편이다. 오히려 저녁에 가면 물건이 없어서 다음 날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살림에서 가장 불편한 점이 있다면 인터넷 공급이다. 앱도 있어서 앱 설치만 하면 구매 자체는 쉽게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주문마감일까지 주문하면 3일 후 공급을 받을 수 있다. 지역마다 조금 다른데 사당동 같은 경우는 월, 목이 주문마감일이고, 월요일 주문하면 목요일에 받을 수 있고, 목요일 주문하면 다음주 화요일에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나처럼 계획없이 장보는 사람에겐 엄청 불편하다. 하지만 주문확인 후에 그 수량에 맞게 수확하여 보내주는 시스템이라 신선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건 장점.


 

두 번째로 불편한 건 접근성이다. 한살림은 임대료 문제 때문인지 역과 좀 거리가 있는 곳, 특히 아파트 상가를 중심으로 해서 입점해 있는데, 나처럼 아파트에 살지 않는 사람은 이용하기 위해 꽤 먼거리를 가야 한다. 매장도 작아서 명절 전처럼 사람이 몰리는 시기는 완전 북새통 속에서 장을 봐야 한다.

 

세 번째 물품이 다양하지 않고, 찾는 물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건 매장마다 좀 다를 듯한데, 우리 동네는 한살림 이용객이 연세 드신 분들이라 그런지 채소류가 금방 떨어진다. 요즘처럼 시금치나 브로콜리의 수확량이 많을 때는 상관이 없는데, 수확이 딸리는 시기에는 매장에 2~3개만 들어올 때도 있다. 여름에는 유정란 공급 받기가 힘들다. 닭은 여름에 알을 적게 낳는다고 하는데 그래서 여름에는 유정란을 사기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진다. 또, 제철식품과 국내산만(설탕 제외) 취급하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물품에 한계가 있다.

 

그래도 한살림이 제일 낫다. 신선하고, 믿을 수 있고, 싸다. 한살림이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는 생산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여느 대형마트와 달리 생산자에게 75프로를 돌려주고, 25프로는 운영비로 쓴다. 아무리 소비자가 많아도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지면 안 되니까. 또, GMO 완전표시제 운동, 옷되살리기 운동 등 더불어사는 삶, 건강한 삶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지금 당장 내 아이의 입에 들어가는 먹을거리가 걱정되어서 한살림을 이용하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 내 아이가 좀 더 좋은 먹을거리에 관심을 가졌을 때 여전히 한살림이 활발하게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 토종 씨앗을 살리고, 우리밀을 살리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한살림. 무심히 시작한 한살림이 이제는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반응형
반응형

 

<한끼 줍쇼>는 첫회부터 거의 빼놓지 않고 보는 애청 프로그램이다. 요즘에는 드라마를 많이 보지 않고 <윤식당><한끼 줍쇼><효리네 민박> 같은 리얼 예능을 많이 본다. 예전에는 드라마를 보면서 많이 울고 웃었는데 요즘은 이런 프로그램에서 주는 잔잔한 감동 같은 것들이 더 마음에 많이 스며든다.
그동안 <한끼 줍쇼>에는 참 많은 집을 방문했는데, 밥 한 끼를 같이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정이 들고 식구가 되어가는 모습이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함을 선사했다. 처음에는 그날 한 끼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긴장감을 즐기며 봤다면, 이제는 그들이 나누는 진솔한 이야기에 기대감을 갖고 보게 된다.
그런데 이번 <한끼줍쇼> 74회에 나온 부부는 정말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봤다. H.O.T의 강타가 찾아간 그 집은 결혼 6년 차를 맞는 신혼부부의 집이었는데, 아내분의 긍정 마인드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녀는 현재 임신 중이었는데 계속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시험관을 해서 아이를 가졌다고 한다. 


벽에는 목표와 꿈이 쓰여 있고, 미나리를 재료로 한 요리들이 다양하게 올라온 밥상에서 정금이 엄마(아가의 태명이 '정금'이라고 한다. 순수한 금이라는 뜻이란다.)는 드디어 원하던 아기를 갖은 사람답게 행복해 보였다. 유쾌한 웃음소리와 재치는 원래 타고난 것인 듯했다. 그런데 임신 말고도 정금이 엄마에게는 힘든 과거가 있었다. 결혼 후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다행히 초기라서 가슴 하나만 절제하고 괜찮았다면서 웃는 정금이 엄마는 그때는 어릴 때라 수술하면 괜찮은가보다, 그래도 하나만 떼어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단다. 가슴 한쪽을 절제하는 일이 그리 간단하고 괜찮은 일은 아닐 텐데 정금이 엄마는 '지금 현재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가끔 같은 상황을 겪고도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나였다면 유방암에 걸려 가슴 한쪽을 도려낸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고, 그런 상황을 원망하고, 할 수 있는 것들조차 포기해버렸을 것 같은데..... 정금이 엄마는 수술하고 얼마되지 않은 상태에서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갔다고 한다. 꿈을 위해서.


정금이 엄마는 생활비를 80만원 안에서 쓰기 위해 매일 가계부를 적고 일주일에 한번 회의를 한다고 했다. 결혼은 희생이란 말도 했다. 남편이 먹고 싶어하는 미나리를 대충 다듬고 쉴 수도 있지만 꼼꼼하게 다듬는 것 또한 희생이라고. '희생'이란 말을 몸서리쳐지게 싫어하는 나도 그 말에 공감이 됐다. 결혼은 '나의 즐거움과 안락함'만을 생각해선 결코 유지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정금이 엄마가 가진 긍정은 타고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는 그녀의 성장 과정을 모르니까. 하지만 긍정적인 기질이 부족한 사람도 늘 선택은 할 수 있다. 지금 현재 상황에서 나는 불행을 택할 것인가, 행복을 택할 것인가. 짜증을 낼 것인가, 감사할 거리를 찾을 것인가. 나보다 어린 사람이지만 그녀가 가진 '긍정 에너지'와 '현명함'을 배우고 싶다, 닮고 싶다. 나도 같은 상황에서 밝은 면을 선택하고 밝은 면에 집중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주변에 전파하고 싶다.

반응형
반응형

 

 

 

음, 한창 베스트셀러였을 때 귀여운 보노보노 부채가 갖고 싶기도 하고, 겸사겸사 책을 샀는데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나의 감각이 좀 이상한 건지, 작가의 이야기와 보노보노의 철학이 섞이지 않는 느낌이 강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억지로 짜맞춘 듯한 느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노보노>라는 만화 자체는 삶을 깊이 통찰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곱씹을수록 아 이건 명언이다 싶은 말도 많았고.

 

#1

늘 재미를 좇는 너부리는 숲속 동물들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대화를 나누며 웃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썰렁한 장난을 반복하면서 킬킬대고,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에도 심히 공감하는 보노보노와 포로리를 보고 왜들 저라나 싶다. 하지만 그 의문에 대해 포로리는 어른스러운 답을 내놓는다. 다들 쓸쓸해서 그런 거라는 얘기다.

 

너부리: 나 좀 이해 안 가는게,

          어제 뭘 했다느니 오늘 날씨가 어떻다느니.....

          그런 얘길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

포로리: 아니야. 다들 그렇게 재미있는 일만 있는 게 아니라고.

          만약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만 해야 한다면

          다들 친구 집에 놀러 와도 금방 돌아가버리고 말 거야.

보노보노: 그건 쓸쓸하겠네.

포로리: 쓸쓸하지! 바로 그거야, 보노보노!

          다들 쓸쓸하다구. 다들 쓸쓸하니까

          재미없는 이야기라도 하고 싶은 거라구.

 

#2

하루는 끊임없이 재미있는 일을 찾아다니고, 새로운 재미를 궁리하느라 피곤해하는 홰내기를 아빠가 부른다. 아빠는 잠깐 앉아보라면서 홰내기의 등을 긁어주겠다고 한다. 갑자기 왜 등을 긁어주겠다는 건지 의아해하는 홰내기에게 아빠는 이런 말을 한다.

 

홰내기는 항상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생각하잖아.

그래서 좀 피곤한 거 아닐까?

가끔은 이렇게 등 긁는 것만으로도 놀이가 된단다.

 

#3

야옹이 형은 특별한 일이라고는 없는 동네를 그저 걷는 걸 즐긴다. 포로리는 그런 야옹이 형이 신기해서 하루는 몰래 뒤를 밟아보리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따라 다녀봐도 야옹이 형은 별다른 일을 하지도 않고 그냥 걷기만 한다. 딱히 재미있어 보이지도 않는 짓을 왜 계속하는지 궁금해하는 포로리에게 야옹이 형은 아무 일도 없는 게 제일 좋다는 말을 한다.

 

포로리: 왜 아무 일도 없는 게 좋아?

          그냥 걷기만 하는 건 지루해 보이는데.

야옹이형: 응, 지루해.

             난 그저 아무 일도 없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걷는 셈이야.

             걷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든.

             '아! 오늘도 아무 일도 없었구나!' 싶어서.

 

야옹이 형은 이상한 말만 한다고 생각하며 포로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평소와 다름없는 부모님의 모습에 처음으로 신기한 생각이 든다.

 

아, 아무 일도 없다는 건 좋은 거구나.

 

#4

그동안 포로리는 매년 아빠와 꽃구경을 갔었다. 그런데 올해는 편찮으신 부모님을 돌보느라 지쳐서 꽃구경을 가기로 했다는 사실을 잠시 까먹고 만다. 그러자 서운해하는 아빠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진 포로리는 지금이라도 꽃구경을 가자고 나서고, 아빠는 마지못해 따라나선다. 함께 걸어가는 길에 부자가 나누는 대화가 마음을 파고든다.

 

포로리 아빠: 노인네들하고 한 약속은 어기는 거 아냐.

포로리: 어긴 게 아니라 잊어버린 거예요.

포로리 아빠: 노인네들하고 한 약속은 잊어버리는 거 아냐.

                 젊은이들한테는 다음 달, 내년도 있겠지만

                 노인네들에게는 지금뿐이라고.

 

#5

무언가 할 수 있다. 무언가 할 수 없다.

다들 분명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고 있겠지.

모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고 있다면

우리들은 뭐랄까.

굉장히 부지런한 거 아닐까?

 

 

#6

봄은 저쪽에서 천천히 천천히 오는 거구나.

달팽이는 걷는 게 늦구나.

그럼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

내가 여기 여기까지 걸어온 거구나.

역시, 천천히 오는 건 굉장해.

 

#7

하루는 홰내기가 놀러 와서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기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 다른 친구들은 뭐가 되고 싶은지를 묻는다. 그 말에 늘 시니컬한 너부리는 또 한번 시비를 건다.

 

홰내기: 자, 너희는 뭐가 되고 싶니?

너부리: 되고 싶다니 뭐가? 딱히 되고 싶은 것 따윈 없어.

홰내기: 뭐? 되고 싶은 게 없어?

너부리: 난 나야. 지금 이대로의 내가 좋다고.

          너는 지금 네 자신에게 불만이 있는 거야. 맞지?

          그러니까 뭐가 되고 싶다느니 하는 말을 하는 거라고.

          안 그래?

 

보노보노: 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안 좋은 거야?

너부리: 당연하지. 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지금의 자신이 싫다는 거잖아.

 

#8

누구에게나 아무도 모르는 모습이 있다.

아무도 모르는 내 모습을 나만 알고 있는 거라면

나, 대단하네.

나, 대단하네.

 

보노보노, 참 대단하다.

많은 걸 알고 있어. :)

반응형
반응형

 

다울작은도서관에서 이 포스터를 보자마자 바로 달려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7세 이상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라 참가가 어렵다고 했다. 실망했지만 달리 방법이 있나. 그냥 못 보나 보다 생각했는데, 자주 봐서 낯이 익은 사서가 말을 건넸다. "혹시 이거 신청하셨어요?" 신청하려 했으나 나이가 안 되서 못했다고 하자 이제 가능하다고 한다. 4세 아이의 아버지께서 매일 전화를 걸어서 꼭 듣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되겠냐고 부탁하셨고, 매번 부탁하시니 거절하기가 어려워 결국 4세 아이를 받았다고. 4세를 받았으니 5세를 안 받을 수가 있나.

 

우여곡절 끝에 참석하게 된 거라 맘이 들뜬 우리는 제일 먼저 도착해 작가님을 기다렸다. 물론 <유기견 영남이> 책도 미리 읽어보았고, 유기견이 무엇인지, 강아지는 한번 키우면 평생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교육까지 단단히 시켰다. <유기견 영남이>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온 강아지와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민지는 강아지만 데려오면 마냥 귀엽고 즐거울 줄 알았지만, 영남이는 가까이 다가오기는커녕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신발을 물어뜯거나 똥오줌을 못 가린다. 밤이면 크게 짖는 통에 엄마 아빠는 다시 보내버리고 싶다는 말까지 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된 민지네와 영남이는 드디어 가족이 된다는 이야기.

 

 

유진 작가님은 우선 그림책의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엮어 보여주셨다. 책은 민지네의 시선으로 진행이 되는데, 인형극에서는 영남이의 속마음이 어떤지 알려주기 때문에 왜 쓰레기통을 뒤지고 아무 데나 똥을 쌌는지, 밤에는 왜 짖었는지 이해할 수가 있다. 영남이는 실제 작가님이 키우고 계신 강아지라고 한다.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림책을 쓴 것인데, 막상 강아지를 데려오면 벌어질 수 있는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다고 하셨다. 인형극이 끝난 후에는 '실제 영남이'의 성장과정을 담은 사진도 보여주시고, 그림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도 알려주셨다.

 

작가의 발견 마지막 순서는 영남이가 민지를 만나러 가는 '게임'이었다. 출발점에 영남이가 서 있고 도착점에 민지가 서 있는 길 그림을 한 장씩 나눠주고, 한 명이 눈을 감고 오른손으로 펜을 쥐면 다른 한 명이 눈을 감은 사람의 왼손을 쥐고 조종하는 식으로 도착점에 도달해야 하는 게임이다. 게임이 끝나고 나선 출발점과 도착점을 찍고 그 사이를 마음대로 이어 그려서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작가님은 어릴 때 이런 게임을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다음날 자신과 비슷하게 게임을 만들어오리라 생각했지만, 만들어온 친구는 없었고, 다른 반에 소문이 나서 게임을 달라고 온 친구들이 엄청 많았다고 한다. 우리가 평생 콘텐츠의 소비자로 살기 쉬운데, 여기에 온 친구들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번 콘텐츠를 생산하는 경험을 해보면 다음에 도전하기가 쉬우니 그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실제 초등학교 아이의 아버지여서 그런지 아이들을 대하는 자세가 아주 편안하고 친근했다. 대충 인형극 보고 그림 하나 그리고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1시간 반 정도의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읽는 것에만 그치면 그건 단순히 지식이나 정보이지만, 이렇게 살아 있는 이야기들과 연관지어지면 특별한 추억이 된다. 좋은 추억 만들어주신 유진 작가선생님, 감사합니다. :)

 

반응형
반응형

 

 

예고편에서 울리던 박정현의 목소리와 악동의 수현이 나온다고 해서 기대한 <비긴어게인2> 오늘은 아쉽게도(?) 김윤아, 이선규, 로이킴, 윤건 팀이 나왔지만 그래도 참 좋았다. <비긴어게인>이 좋았던 이유는 낯설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 음악이 녹아드는 그 찰나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어떤 노래도 관객이 된 듯 집중이 되었고 가슴을 어루만졌고 감동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이들이 간 곳이 포르투갈이다. 첫 배낭여행으로 간 곳이 유럽이었는데, 그중 계획에도 없이 가게 된 곳이 헝가리와 포르투갈이었다. 영상에선 아주 아름다운 곳처럼 보이지만, 내가 갔던 당시 포르투갈의 이미지는 '낙후된 유럽'이었다. 분명 리스본이 수도였는데 건물 외벽 곳곳이 흉측하게 드러난, 낡고 음산한 건물들이 많았다. 여행 막바지이기도 해서 별 기대 없이 별 흥미 없이 특별한 것도 하지 않고 지낸 곳이 포르투갈이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건 로카곶이다. 유럽의 서쪽 끝. 포카리스웨트 광고 촬영지로 유명한 곳. 유럽의 서쪽 끝이라서 좋았다기보단 로카곶으로 가는 여정이 좋았다. 한쪽은 마을, 한쪽은 바다가 보이는 기차도 좋았고, 구불구불 너른 언덕 같은 곳을 달리는 버스도 좋았다. 바람이 많이 불었고, 날씨가 따듯했다. (방송처럼 나도 1월쯤 그곳에 갔다.) 시골마을을 여행하듯 마음이 편했던 곳이었다.

 

 

김윤아가 '타인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세월호 사건을 겪었을 때 무력감을 느꼈던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김애란이 세월호 사건을 겪은 후에 쓴 소설이 <바깥은 여름>인데, 작가들이 겪었을 죄책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윤아 또한 할 수 있는 게 음악밖에 없음에 마음의 짐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강>이라는 노래를 통해 마음을 전했고, 그 마음은 언어가 다른 그들에게도 전해진 듯하다. 그녀의 말처럼 음악이 주는 힘은 참 강하다.

 

 

또다시 세월호를 떠올렸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가 마침 임신 중이라 내게 다가오는 사건의 무게감은 훨씬 더 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앞으로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의 참담함, 꽃 같은 아이들이 피어 보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죽었다는 사실은 아마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하나의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다.

 

 

음악이 모든 것을 치유해주진 못하겠지만, 음악이 많은 것을 치유해주는 것 또한 부인 못할 사실이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울리는 그들의 목소리와 음악을 좀 더 많이 듣고 싶었다. 그리고 다음 편에 나올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그들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또 어울리는 형태로, 그렇게 따로 또 같이 멋진 화음을 만들어낼 것이다.

 

 

반응형
반응형

 

칼데콧 상은 미국어린이도서관협회에서 그해 가장 뛰어난 그림책을 쓴 사람에게 주는 문학상으로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영어로 되어 있어야 하고 미국인이거나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준다는 제한이 있다.  개인적으로 '칼데콧 상'을 받은 그림책을 선택하면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갖고 있는 세 권의 그림책은 전부' 칼데콧 아너 상'을 받은 작품인데, 칼데콧 상은 칼데콧 메달과 칼데콧 아너상이 있다고 한다. 칼데콧 메달이 최우수상에 해당하며, 칼데콧 아너는 1~5권 정도의 우수작에게 수여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한 구분 없이 사용되는 것 같다.

 

깊은 밤 부엌에서/모리스 샌닥/시공주니어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유명한 모리스 샌닥. <깊은 밤 부엌에서>는 한밤중 요란한 소리에 잠이 깬 '미키'가 빵 만드는 부엌으로 떨어져 미키 빵이 될 뻔하다가, 반죽으로 비행기를 만들어 제빵사 아저씨들에게 우유를 부어 주곤 다시 돌아와 잠을 청하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한번쯤 꿈꿔봤을 만한 이야기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미키가 부르는 노래도 라임이 딱딱 맞고, '미키' '밀크' '밀키웨이'라는 말을 사용해 비슷한 말이 주는 재미를 선사한다.

 

알록달록 동물원/로이스 엘러트/시공주니어

 

"우리는 모양을 만들고 색깔을 칠해서 많은 동물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동물들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머리, 귀, 입, 코만 뚜렷하게 만들면 되지요.

여러분도 동물들을 많이 알고 있나요?

이 책에 나와 있지 않은 동물들을 만들어, 여러분만의

알록달록 동물원을 꾸며보세요."

 

이 책에 나오는 문장은 이게 다이다. 책은 별, 원, 정사각형, 삼각형, 직사각형, 하트, 타원, 마름모, 팔각형, 육각형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동물들을 소개한다. 첫 장을 펼치면 동그라미, 세모, 네모로 만들어진 호랑이 얼굴이 나타나고, 동그라미가 뚫린 책장을 넘기면 오른쪽에 쥐의 얼굴이 나타난다. 이번에 네모가 뚫린 책장을 넘기면 오른쪽엔 여우 얼굴이 나오는 식이다. 한 장씩 넘기면서 각각의 도형 이름을 맞추고, 동물의 얼굴을 보면서 이름 맞추기를 하다 보면 책이 끝난다. 단순한 도형 몇 가지와 알록달록한 색상의 조합으로 도형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

 

나랑 같이 놀자/마리 홀 에츠/시공주니어

 다른 책들에 비해 서정적이랄까. 그림도 어찌 보면 일본 그림책에서 많이 볼 법한 스타일이고. 한 소녀가 들판으로 나가 만나는 동물들마다 적극적으로 다가가 말을 건다. "누구누구야, 나하고 놀래?" 메뚜기도, 개구리도, 거북도, 다람쥐도, 어치도, 토끼도, 뱀도 모두 도망가 버린다. 아이는 "아무도, 아무도, 나랑 놀려고 하지 않아요."라면서 시무룩. 그런데 연못가 바위에 앉아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있자 메뚜기가 돌아와 곁에 앉는다. 거북도, 다람쥐도, 토끼도........ 어느새 도망 간 동물들이 내 주위에 모이고, 아기 사슴이 다가와 아이의 뺨을 핥아주자, 아이는 행복해한다. "모두들 나랑 놀아주니까!" 

동물들이 하나씩 도망가고, 하나씩 모여 드는 모습이 나도 모르게 흐뭇해지는 그림책. 고양이나 강아지만 보면 큰소리를 내며 성큼성큼 다가가놓곤 가버렸다고 서운해하는 우리 아이의 모습도 오버랩된다.

반응형
반응형

 

 

3년간 한살림을 이용하면서 괜찮았던 가공식품 11가지

 

 

 

 

 

 

1. 사골곰국(1kg)
원재료
한우뼈추출액 100%(한우사골(국내산) 6.96%, 한우잡뼈(국내산) 3.48%, 한우양지1.16%, 정제수 88.4%) 고형분함량: 2.5%

 

:: 정말 사랑하는 한살림 사골곰국. 솔직히 말해서 엄마가 고아준 사골보다 훨씬 맛있다. 잡내가 없고 맛이 깊고 구수하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에 구입했다가 이제는 자주 손이 가는 품목이 되었다. 떡국 육수로 써도 좋고, 먹을 게 없을 때 냉동상태 그대로 냄비에 넣어 후루룩 끓이면 간단하게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3인 가족 기준으로 넉넉하게 먹을려면 한끼, 약간 빠듯하게 먹을려면 두끼 정도 먹을 수 있다.

 


2. 콩고물쌀과자
원재료함량
쌀그릿츠 52.25%(쌀 100%/유기농, 국산), 미강유(태국산), 볶은콩가루 15.59%(대두, 국산), 설탕 12.6%(유기농), 전지분유(우유, 국산), 천일염(국산)

 

:: 공급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딸내미랑 가장 자주 사먹는 과자 중 하나. 우리밀이라 안심할 수 있고, 콩가루가 입혀져 있어 왠지 영양적으로도 조금은 괜찮은 느낌이다. 가루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너무 고소한 과자.

 


3. 물만두
원재료
돈육 28%(국산), 건무 21%(국산/무농약), 밀가루 20%(밀:국산), 부추 8%(국산), 양파 8%(국산), 두부(대두:국산), 대파(국산), 간장{우리밀간장(국산), 백설탕, 다시마(국산), 멸치(국산), 마늘(국산/무농약), 생강(국산)/대두:국산}, 감자전분(감자:국산), 백설탕, 볶은소금(국산), 마늘(국산/무농약), 생강(국산), 후추(수입산), 들기름(들깨:국산)

 

:: 호불호가 있을 듯하나, 내가 먹어본 한살림 만두 중 가장 맛있었다. 고기 냄새가 나지 않고 한입에 먹기 좋은 사이즈이다. 하지만 간간히 물렁뼈 같은 것이 씹혀서 그것이 마이너스 요인이지만 한살림 만두 중에서는 이게 가장 낫다.

 


4. 쌀로만든잉글리쉬머핀
원재료
빵용쌀가루63.51%[백미 83%(국산/무농약), 활성글루텐 17%(프랑스산)], 난백12.84%(국산/유정란), 우유12.68%(국산), 유기농설탕(수입), 버터(국산), 생이스트(국산), 생콩가루, 볶은소금, 옥수수가루

 

:: 신랑과 딸내미가 애정하는 빵. 한살림 빵들은 우리밀의 특성상 잘 부스러진다는 단점이 있는데 잉글리쉬머핀은 쌀가루가 들어가서 살짝 쫀득하면서 고소하다. 팬에 살짝 구워서 잼 발라 먹으면 아침대용으로 먹기 좋다.

 


5. 달지않은곡물플레이크
원재료
무농약현미84.8%(국산), 무농약흑미10.8%(국산), 검정콩3%(국산), 검정깨0.6%(국산), 볶은소금0.8%(국산)

 

:: 한살림 물품에는 첨가제가 들어 가지 않는 관계로 설탕이나 소금이 조금 과하게 들어갔다 싶을 때가 있는데 곡물플레이크는 '달지않은 것'과 '일반'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취향껏 선택이 가능하다. 그냥 곡물플레이크는 설탕이 좀 많은 것 같아서 달지않은곡물플레이크를 애용하는데 아주 고소하다. 두유나 우유에 말아먹어도 좋고, 과자로 먹어도 좋다.

 


6. 닭고기볶음밥
원재료명 및 함량
멥쌀백미47.94%(국산/무농약), 닭가슴살10.33%(국산/무항생제), 닭다리살4.43%(국산/무항생제), 스크램블에그D7.38%[유정란97.5%(국산), 옥수수전분2%(국산), 천일염0.5%(국산)], 양파5.90%(국산/무농약), 청피망5.02%(국산/무농약), 당근4.43%(국산/무농약), 대파3.69%(국산/무농약), 쥬키니호박3.69%(국산/무농약),현미유2.73%(수입산), 간장1.11%[메주콩30%, 우리밀10%, 천일염11.99%, 종국0.01%, 정제수48% 이상 국산], 천일염0.89%(국산), 유기농설탕0.89%(수입산), 냉동다진마늘0.81%[마늘100%(국산/유기)], 무가염버터0.36%(국산), 참기름0.36%[참깨100%(국산)], 흑후추분말0.05%(수입산)

 

:: 살면서 처음 먹어본 냉동볶음밥. 양도 많고 재료도 충실하게 들어가 있어서 정말 급할 때 비상식량으로 먹기 위해 냉동고에 보관하는 품목 중 하나. 가격도 3000원이니 일반 마트에서 파는 냉동볶음밥과 비교해 양과 질, 가성비에서 뒤지지 않는다. 이걸 먹고 시판 냉동 볶음밥을 사본 적이 있는데 내용이 넘 부실해서 깜짝 놀랐다.

 


7. 땅콩크림
원재료
땅콩 92.4%(국산), 유기농설탕 7.44%(수입산), 볶은소금 0.16%(국산/마하탑)

 

:: 비싸지만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 일반 땅콩버터에 어마어마한 양의 GMO 기름이 들어간다는 걸 생각하면 땅콩 90이상이 함유된 땅콩크림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맛도 너무 훌륭하다.

 


8. 짜장가루
원재료
춘장 52.1%(국산/우리밀춘장 100%{밀 29%(국산), 대두 17%(국산), 정제염, 주정, 종국}), 유기농설탕(수입산) 23.7%, 고구마전분 13.2%(국산), 양파분말 3.9%(국산), 흑미가루 3.4%(국산), 볶은콩가루 2.9%(국산), 마늘(국산/무농약), 새우가루 0.2%(국산), 다시마가루0.1%(국산), 건홍합 0.1%(국산)

 

:: 사실 카레는 초록마을이 더 맛있는 것 같은데 짜장가루는 한살림이 훌륭하다. 기름을 소량 쓰고도 맛이 좋다. 일반 짜장에 비하면 약간 심심할 수도 있지만 분쇄육과 다양한 야채를 넣어 만들면 애나 어른이나 밥 한그릇 뚝딱하는 애정템.

 


9. 두부
원재료
대두100%(국산), 천연응고제[조제해수염화마그네슘+식물성유지(현미유)+올리브유]

 

:: 한살림에서 아마 가장 많이 팔리는 것 중의 하나가 두부 아닐까. 조합이나 유기농 매장에서 파는 국산 두부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것에 비해 1900원, 2000원 하는 한살림 두부는 정말 가격도 가격이지만 너무 맛있다.

 


10. 김자반볶음
원재료
김자반 52%(국산/지주식), 현미유 27.5%(태국산), 볶은소금(국산), 설탕, 참기름(국산), 들기름(국산), 볶은참깨(국산)

 

:: 김자반이라는 아이 자체가 원체 맛있는 거지만, 엄마가 늘 자반에는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가니 먹지 말래서 삼가하고 있었는데, 시어머니가 주신 걸 먹어보고는 반해버렸다. 기름지지 않고 고소하고 바삭하다.

 


11. 검은콩두유
:: 그냥 두유는 맛이 없어서 검은콩두유를 먹어봤는데, 참 맛있다. 가격도 하나에 천원 꼴이다. 국산콩두유가 이정도면 정말 싼 것 같다. 달지않은곡물플레이크와도 환상궁합

 

 

#번호가 순위는 아닙니다. 그냥 장바구니에 올라온 순서 그대로~~:)

반응형

'친환경 라이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Non-gmo 한살림 시리얼  (0) 2018.05.03
한살림 국수 추천  (0) 2018.04.30
한살림 과자와 사탕 추천  (0) 2018.04.25
한살림 흑염소 진액(feat. 먹거리 X파일)  (1) 2018.04.07
한살림 이용시 장단점  (0) 2018.04.02
반응형
 

작년에 샀던 물건 중에서 가장 만족하는 품목이 있다면 단연 이불이다. 꼭 필요한 일에만 소비하려는 소비패턴을 가진 나에게 겨울차렵이불 16만원이면 적지 않은 투자였다. 하지만 구로디지털단지 인근에 있는 세사리빙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38만원짜리 이불을 18만원에 준다는 걸 깎아서 16만원에 사고 나는 겨울 내내 만족했다. 좋은 이불이 수면의 질을 그토록 높여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아이가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주체 못하고 침대에서 방방 뛸 때가 많은데 먼지가 날리지 않아 안심이 된다.

 

그래서 봄/가을 간절기용 차렵이불로 사진에 있는 핑크색 세트 이불을 샀다. 패드+차렵이불+배게커버 2장에 14만원이 채 안 되게 주고 샀으니 가격도 저렴했다. 이번엔 창고형 매장에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구입했는데, 직접 볼 수없다는 단점만 빼면 인터넷도 꽤 저렴한 편이다.

세사리빙 이불은 전부 폴리에스터로 되어 있다. 고밀도 마이크로화이버라는 섬유인데, 말하자면 화약섬유이다. 처음에는 천연소재가 아니라는 것 때문에 망설였는데 날로 심해지는 미세먼지와 탁한 환경, 면이나 아사 소재의 이불이 세탁을 해도 먼지가 묻어나는 찝찝함 때문에 과감히 구매한 건데 꼭 천연이 아니더라도 이정도의 장점이 있다면 쓸 만하다는 결론이다.

장점은 진드기 방지, 가벼움, 보온성, 위생적, 빠른 건조이다. 겨울이불의 경우 정말 가벼운데 정말 따뜻했다. 단점이 있다면 꼭 찬물로 세탁해줘야 하고 건조기에 돌릴 수 없으며, 미끄러운 섬유의 특성상 잘 밀린다는 점, 이불에 처음 닿았을 때 촉감이 차갑다는 점 정도이다.

아이가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주체 못하고 침대에서 방방 뛸 때가 많은데 먼지가 날리지 않아 안심이 된다. 아직 건조기가 없는데 그냥 세탁기에만 탈수해도 먼지망에 먼지가 나오지 않는다. 우연히 사게 된 세사리빙인데 다른 좋은 대체재가 나오기 전까진 꾸준히, 애용하게 될 것 같다.

세사리빙 창고형 매장으로 검색하면 지도가 나오지 않아 지도를 첨부한다.

 

반응형
반응형

 

 

 

나는 적어도 김애란의 글이 우리의 구차하고 너덜너덜한 삶에 로또 같은 허황된 희망이라도 좋으니 위안을 주는 것이길 바랐다. 괜찮다고, 삶이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고된 길을 쳇바퀴 돌듯 밟아가는 과정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 안에 다정한 위로의 순간들이 있다고. 그런 날들이 우리를 살게 하고, 위로하고, 때론 벅찬 환희를 느끼게도 한다고. 그러니, 좀 더 힘을 내어보자고 손내밀어주길 바랐다.

그녀의 전작들을 좋아했던 이유도 팍팍하고 고단한 삶에서 유머와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정한 시선을 거두고 좀 더 현실을 파헤쳐보고 싶었던 듯하다.

우리가 꿈꿨던 더 나은 삶에서 점점 비껴가기만 하는 좌절의 날들, 인정하긴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우리의 위치와 현재에 대해. 비행기는 타보지도 못했지만 비행기가 쓸고간 흔적을 가리키며 한 번쯤 빙긋이 웃는 삶. 내 것이길 바라진 않았는데, 어느새 내 것이 되어버린 남루한 일상.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어릴 땐 누구나 자라서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될 것 같은, 그렇지는 않아도 좋은 집에 좋은 차를 굴리며 자기 일에 만족하는 삶을 꿈꾼다. 하지만 20대를 통과해 서른을 지나며 깨닫게 되는 현실. 삶은 그렇게 녹록하지도 환상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가 겨우 이런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비행운>에 나오는 인물들은 누구 하나 만족스럽지 않다. 재개발 지역의 소음과 벌레에 거의 노이로제 상태가 되었지만 이사 갈 생각은 하지도 못하며 출산을 준비하는 임산부이거나, 체불임금 시위를 하다 아버지가 죽고 철거 아파트에 단둘이 남은 모자이거나, 빚은 쌓이고 취업은 되지 않던 중에 만난 옛날 애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일자리가 다단계, 그속에서 헛된 희망을 부여잡고 버티다가 결국 옛날 제자를 끌어다놓고 자기가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던 서른의 여자이거나....택시를 몰고, 공항 청소부 일을 하고, 자신을 예쁘게 꾸며 좀 더 나은 삶으로 가려고 발버둥쳐도 이상하게 더 나빠지기만 할 뿐 더 나아지지 않는 고단한 삶. 꿈속에서조차 폐지 줍는 할머니를 보고 울컥하는 삶.

왠지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 있고, 빽 있는 게 최고야, 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기분. 지금 한국의 현실 그대로를 본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

"제 자리는 어디입니까?"

어디. 언제나 '어디'가 중요하다. 그걸 알아야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있다고. 그녀는 '짜이날'이라는 단어를 잊지 말라 했다. 그 말이 당신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줄 거라고. 그다음, 그곳에 어떻게 갈지는 당신이 정하면 된다고. 뜻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길 읺은 나그네에게 친절하다고. 그러니 외지에 나가선 대답하는 것보다 질문할 줄 아는 용기가 중요하다고. -133p

 

 

 

 

반응형
반응형

 

 

요즘 들어 '일자리'가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뼈저리게 느낀다. 이 일 저 일을 전전했지만 그래도 나를 써줄 곳은 많이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나이의 앞자리수가 바뀌자 예전처럼 쉽게 일이 구해지지가 않는다. 어쩌면 엄마가 점을 보고 왔다는 점쟁이의 말처럼 '난 사업을 할 운명인가?' 그렇다면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고, 사업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하는 궁금증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특히 돈을 많이 번 사업가라면, 그들은 일반사람들과 어떤 다른 생각을 하고 살까?

 

그러던 중 유투브에서 김승호의 강연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돈을 버는 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내가 들어왔던 말은 "땅을 파봐라? 십원 한 장이 나오나?"라는 엄마의 말씀. 돈 벌기가 그정도로 힘들다는 얘기인데, 이 사람, 돈 벌기가 아주 쉽다고 한다.

 

마침 가까운 도서관에 그의 책이 있어서 빌려 왔다. <생각의 비밀> 전작으로 <김밥 파는 CEO> <자기경영노트>라는 책 등이 있는데, <생각의 비밀>을 읽고 나면 오히려 전작들이 궁금해진다. <생각의 비밀>은 그의 생각과 경험들을 단편적으로 적어놨기 때문에 전 스토리를 알 수가 없어서 좀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예상은 했지만 엄청난 비밀 같은 건 없다. 다만 우리가 알지만 실천하지 않는 성공의 비법들이 담겨 있을 뿐. 난 어렸을 때 위인전을 읽으면서 '아, 위인들은 어릴 때도 남달랐구나. 난 안되겠어'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여기에선 자질보단 '습관의 중요성' 강조한다. <부자되는 습관>이란 책에서 인용한 부자들의 습관은 단순하다. 하루에 30분 이상 독서/구체적인 목표 설정하기/꾸준히 운동하기.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꾸준히 하기 힘든 일들을 반복하면서 성공의 토대가 마련된다.

 

 

특히 인상적이었으나 실천할 용기가 안 나는 습관은 '일찍 일어나기'이다. 그는 아예 소제목에서 "6시를 두 번 만나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못 박았다. 제네럴 모터스 CEO 대니얼 애커슨,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 티모시 팀 쿡 애플 CEO는 전부 4시 30분에 일어난다. 트위터 공동창업자 잭 도시는 5시 30분에, 토리버치 사장과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은 5시 45분에 일어난다고 한다.

 

세상은 6시를 두 번 만나는 사람이 지배한다. 하루에는 두 번의 6시가 있다. 아침 6시와 저녁 6시다. 해가 오를 때 일어나지 않는 사람들은 하루가 해 아래 지배에 들어갈 때의 장엄한 기운을 결코 배울 수 없다. -92p

 

그다음으로 강조하는 것이 말의 힘이다. 김승호는 원하는 것을 적고 하루에 100번씩 100일 동안 그것을 중얼거린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얻지 못한 것은 없다고. 그래서 그는 원하는 것이 생기면 목표를 써서 붙여 놓거나 이메일 암호로 만들어 사용한다고 한다. 생각을 끊임없이 자극할 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얻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선한 부자가 되고, 선한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인생 선배의 참된 조언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만족할 만한 책이다.

 

#

실패하지 않았다면 자랑이 아니다. 언제 실패를 맛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패를 부끄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실패하지 않음을 염려해야 한다.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기만 한다면 어떤 실패든 성공의 가치를 지닌다. -40p

 

현금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라. 열심히 모아라. 새 차를 살 만큼 돈이 모이지 않았다면 중고차를 타고 다녀라. 집값이 모이지 않았다면 월세를 살고 작은 집에 살아라. 친구나 다른 사업가들이 어떤 집에 어떻게 사는지는 관심 갖지 마라. 어차피 그들은 미래 소득을 당겨다 쓰는 금융의 포로일 뿐이다. -117p

 

신용카드는 당신의 미래 소득을 담보로 주어지는 것이다. 미래는 절대 현재를 보호하지 못한다. 그러나 현재는 당신의 미래를 보호할 수가 있다. -120p

 

반응형

+ Recent posts